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총동원령인 ‘갑호 비상’에 준하는 ‘전 직원 출근’을 명령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 내 대표적 ‘용산라인’으로 꼽히는 김 청장이 계엄령 사태에 적극 개입한 게 사실로 밝혀지면 강력한 책임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반면 김 청장은 “본청 지시를 받아 국회를 통제했다”고 맞서면서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4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1시10분께 서울청 소속의 한 기동대 상황실은 산하 기동대에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갑호 비상으로 전 직원이 출근하도록 전파해달라’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명령은 서울청 경비부에서 전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청은 “동원령이 내려진 건 아니고 ‘전원 출근’을 하달하는 데 전달상의 오류가 있었다”며 “실제 갑호 비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선 서울 시내 경찰들이 갑호 비상이라고 서로 전달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늦은 밤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 시점엔 서울청 소속 국회경비대가 국회를 봉쇄하고 진입을 시도하는 의원과 당직자들을 막았으며 이후 경찰 병력 수백 명을 추가 투입했다.
김 청장의 상급자인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 발령 직전까지 상황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청장은 “(계엄 발령 4시간 전인) 3일 저녁 6시께 용산으로부터 ‘대기하라’고 지시받았을 뿐 계엄령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4일 오전 1시 서울청은 갑호 비상 다음 단계인 을호를 발령할 예정이었으나 상급 기관인 경찰청으로부터 ‘보류하라’는 지시를 받고 일반적인 경계 태세로 전환했다.
계엄령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주도적으로 국회에 경찰력을 투입한 데 따른 책임론을 넘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김 청장은 “본청(경찰청)의 지시를 받고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대구고검에 재직할 때 인연을 쌓은 김 청장은 현 정부 출범 전까지 주로 지방에서 활동했지만 지난해 1월 요직인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으로 임명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한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이날 두 사람을 내란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철오/김대훈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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