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따른 금융시장 발작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무제한 공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이창용 한은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F4 회의 직후 금융 공공기관 및 협회와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유동성 공급 방안으로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40조원대 채권시장 안정펀드 및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그는 “시장 안정 조치를 언제든 가동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금융회사의 외환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환율 상승 위험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각 협회는 소속 금융회사가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날만 두 차례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여는 등 비상 대응 체계에 들어갔다. 이 원장은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할 때까지 매일 점검회의를 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실행하겠다”며 “시장 불안을 조장하는 허위·풍문 유포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내년 2월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RP 매입은 해당 채권을 금융사가 다시 사가는(환매) 조건으로 한은이 사주는 유동성 조절 장치다.
한은은 매입 대상을 기존 국채와 정부보증채에 추가로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9개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은행법에 따른 금융채까지 확대했다. RP 매매 대상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 모든 금융사로 늘렸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연 것은 2021년 6월 후 3년5개월 만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당분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우/강진규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