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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액세서리·튜닝…수백조 규모 애프터마켓, 성장토대 마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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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가전 분야의 떠오르는 시장인 사후시장(애프터마켓)에서 원제조사와 후발유지보수업체(ISO)의 경쟁 조건을 규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자동차 분야에서만 100조원 규모 이상으로 추산되는 사후시장이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독일 의료기기 회사 지멘스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벌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63억2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취소됐다.

이번 소송은 지멘스가 병원에 판매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제품의 소프트웨어 서비스키(일종의 비밀번호) 발급 조건을 둘러싼 분쟁이었다. CT와 MRI를 유지·보수하려면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키가 필수적이다.

지멘스는 자사 유지·보수 서비스를 이용하는 병원에는 서비스키를 당일 무상으로 발급한 반면 ISO와 거래하는 병원에는 20~25일 뒤에야 건당 154만원을 받고 발급했다. 공정위는 이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거래행위로 봤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이번 판결이 사후시장의 시장지배력 남용 기준을 정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사후시장은 제품의 유지·보수, 업그레이드를 위한 보완 제품의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카플레이어 업그레이드, 복합기의 유지·보수 등이 해당한다. 애프터서비스(AS)는 제조사나 판매사가 제품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제공하는 후속 서비스인 반면 사후시장은 제조사와 제3자인 ISO가 업그레이드와 튜닝, 부품 교환 등을 제공하는 부가 시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사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기술 발달로 부품 교체와 시스템 업그레이드만으로 제품 수명 연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제재대로라면 제조사는 제품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접근권을 ISO에 동등하게 제공해야 했다. 현대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나 카플레이어, 제록스의 복합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ISO에 공짜로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멘스가 “회사 자산인 소프트웨어를 왜 제3자인 ISO에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느냐”고 반발한 이유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제조사들은 ISO로부터 적정한 수준의 금액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소송 과정에서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으려면 제조사가 유지·보수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본체 가격에 포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가령 CT·MRI 가격이 100이고, 소프트웨어 가격이 10이라면 처음부터 110을 받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공정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제조사는 본체 판매와 사후 부가서비스를 분리해 운영하는 사업 모델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가 제재를 가한 기업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서울고등법원은 파리크라상 등 다섯 개 회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같은 달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공정위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제재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도 SK 측이 승소했다.

정영효/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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