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4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말이 되면 기업의 CFO들은 가장 중요한 연례 업무인 차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몰두한다. 경영계획은 경영관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영계획에 따라 내년의 기업의 성장률, 매출목표, 직원 보상, 채용 규모, 투자 규모가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경영계획 수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경험이다. 예전에 수립된 목표가 실제 달성된 정도를 파악하고, 차이가 발생하였다면 원인을 분석하여 계획을 세운다. 또한 경영진의 의지, 외부 경제 환경, 그리고 하위 부서의 의견을 종합하여 세밀하게 계획을 설계한다. 이른바 탑다운(Top-down) 방식과 보텀업(Bottom up) 방식이 모두 고려하여 현실적이고도 전략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경영계획 작업은 ‘경영의 종합 예술’로 불릴 만큼 고도화된 접근을 요구한다. 이처럼 치밀하게 수립된 경영계획이 실제 성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수록 CFO는 능력 있는 경영자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최근의 불확실한 환경은 CFO들에게 점점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트럼프 2기 체제에서 금리와 환율 변동,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 미·중 간 가치사슬 전쟁, 국내 정치 변화, 인구구조 변화, 새로운 기술의 등장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계획을 정밀하게 수립하는 것은 CFO에 신의 능력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경영계획 수립에 가장 큰 난항을 겪고 있는 산업은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보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적인 예측이 필요하다. 보험업은 계약자의 행위와 리스크를 1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예측해야 하는 장기 산업이다. 계약자가 언제 계약을 해지할지,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보험금지급은 얼마나 지급될지, 관련된 비용은 언제 얼만큼 지급될지 등 모든 변수를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둘째, 분석하여야 할 데이터가 방대하다. 대형 보험사의 경우, 적게는 4천만 건에서 많게는 1억 건 이상의 고객 데이터를 관리한다. 성별, 나이, 보장, 금리약정, 판매채널 등 20여 가지 이상의 속성이 반영된 수억 건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셋째, 예측을 위한 재무정보 산출기준이 복잡하다. 최근 도입된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과 감독기준(KICS)은 보험사의 모든 리스크를 재무정보에 반영하도록 요구한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경영계획 수립 시 위험요소가 될만한 모든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보험사들의 건전 경영과 공시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발표되는 규제사항은 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넷째, 미래예측에 너무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중장기 예측과 시뮬레이션에는 전산 시스템과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과거 결산 작업에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물며 다양한 경제 변수의 변화를 반영한 시뮬레이션은 두 달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예측의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은 무엇일까? 인공지능(AI)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상해보자. CFO A는 올해 1,000억 원의 이익을 목표로 세웠지만, 실제로는 500억 원만 달성했다. 이에 원인을 파악하고자 직원 B에거 분석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직원 B는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경쟁사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는 그럴듯한 분석 결과를 들고 왔다. 하지만 여전히 100억 원의 차이는 설명할 수 없는 사항으로 보고했다. 이에 CFO인 A는 내년도 계획 수립도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익을 지역별로 분석하라고 지시하였다. 일주일 뒤 직원 B는 지역별 매출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산부서의 도움이 필요한데 해당 부서 인력이 다른 업무로 바빠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CFO A는 이런 세상을 원하고 있지 않을까?
질문: 500억 원의 차이 원인은 무엇인가?
답변: 올해 출시한 신상품 Z에서 손실이 발생하였습니다.
질문: 손실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과 기간은 어디인가?
답변: 경기 사업부에서 지난 3~7월 발생하였습니다.
질문: 그 기간 해당 지역 손실발생원 원인을 속성별로 파악해줘.
답변: 해당 상품 사업비가 다른 상품에 비해 과다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질문: 사업비 과다 원인은 무엇인가?
답변: 상품에 사업비 배부하는 비율이 다른 상품에 비해 높습니다.
질문: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답변: 사업비 배부 비율을 보험료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 좋아 이를 기반으로 향후 5개년 예측 손익계산서를 작성해줘
답변: 요청하신 자료는 엑셀로 다음과 같이 작성되었습니다.
보험산업의 특성상, 이러한 이야기는 충분히 현실 가능하다. 보험산업은 장기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정과 시장 변수, 고객정보를 조합해 상품을 개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결산 및 공시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비즈니스 데이터와 리스크 데이터, 재무공시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예측의 정밀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분석이 용이하다. 다양하고, 장기적이고, 세밀한 데이터가 정제되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학습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따라서 AI를 활용하면 기존 작업 속도를 1/10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까지도 분석할 수 있다.
보험사의 데이터 학습을 통해 구현된 AI는 다음과 같은 경영관리 사항을 지원할 수 있다.
첫째, 중장기 재무예측을 신속하고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다. 기존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재무예측 정보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우수한 인력을 보다 가치 있는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계획과 실적 간 차이를 경영자가 원하는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한데, 인공지능은 이를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다. 분석의 수준도 기존보다 정밀해진다.
셋째, 다양한 경제환경 변수에 대한 재무효과 예측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다. 금리와 같은 시장 변수와 규제 변화와 같은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자본과 손익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을 적시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넷째, 핵심성과지표(KPI)에 활용이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통해 보험사의 가치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미치는 통제 변수를 확인할 수 있다. 통제가 가능한 지표와 그렇지 않은 지표를 구분하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나 그 요소와의 조합을 특정할 수 있다. 즉, 가치경영을 체계화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AI 기반 경영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 데이터에 대한 전사적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사업부 별로 사용하는 AI 학습 데이터와 분석기능을 회사 전체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는 주체는 CFO다. CFO 산하에는 고객 데이터, 리스크 데이터, 공시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금융기관들이 AI를 주로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 지급 심사와 같은 대고객 서비스 분야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 활용은 상호 통합돼 경영관리로 연결되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가치 경영을 구현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경영관리는 수년 내 모든 금융사의 핵심 수행 업무로 자리잡을 것이다. 특히, 예측이 복잡한 보험업계에서는 더더욱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AI분석을 통한 경영관리 활동은 단순한 업무효율화를 넘어서는 일이 될 것이다. 플랫폼 안에서 충분히 학습된 방대한 데이터는 경제환경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자산과 부채의 적절한 대응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도 신속하게 도출이 가능하다.
데이터 기반 경영과 가치 중심 경영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있는 수단으로 AI가 대두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필요한 필수환경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를 강력한 경영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보험업계에서도 경영 효율화를 실현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