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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증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 때문이 아니라는 미국 의회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관세 폭탄’을 때릴 명분이 적다는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28일(현지시간) 한·미 FTA에 따른 관세 감축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가 증가한 직접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의견에 대다수 경제학자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CRS는 최근 발간한 ‘한·미 FTA와 양자 무역 관계’ 보고서에서 “많은 경제학자가 FTA에 따른 관세 감축이 양자 무역에서의 적자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었다. 자동차는 지난해 기준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서 약 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보고서는 “자동차 수입은 한·미 FTA에 따라 자동차 관세 2.5%가 인하되기 전인 2011~2015년에 가장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FTA에 따라 2016년 승용차에 대한 관세 2.5%를 철폐했다. 화물 자동차인 경트럭(LTR) 관세는 2019~2021년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2019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재협상으로 2041년까지 연장됐다. CRS는 “자동차 무역은 애초 FTA 협상 시 논쟁적인 이슈였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주요 업체들이 궁극적으로 협정을 지지했다”며 “한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54억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비롯해 대미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CRS는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의 한국 무역적자는 변동이 컸다”며 “FTA 발효 초기 증가한 후 2015~2018년 감소했다가 이후 다시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경제학자는 국가저축률, 투자율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을 양국 무역 수주의 주요 (결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일부 분석은 FTA가 미국 무역적자에 기여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입할 고율 관세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제동을 걸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미국 의회 입법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6일 민주당 소속 수잰 델베네 하원의원은 돈 바이어 하원의원과 함께 ‘관세 남용 방지 법안’을 제출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따라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된 관세 및 수입 쿼터 부과 권한을 발동하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