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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번역의 핵심은 말이 아닌 정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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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를 번역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싼 티켓값을 내고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건 일상에서 느끼기 어려운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공연 번역가 김수빈 씨(사진)는 지난 25일 뮤지컬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음악과 대사로 삶의 희로애락을 무대 위로 옮기는 뮤지컬은 제작 국가의 정서와 문화가 진하게 배어 있어서다. 뮤지컬을 단순하게 직역하면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공연이 되기 십상인 것도 같은 이유다. 김 번역가는 “어떤 장면의 본질적인 ‘정서’가 무엇인지 포착해야 한다”며 “그런 후에 그 감정을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가장 잘 전달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김 번역가는 10년째 무대 뒤에서 ‘감정을 옮겨 온’ 국내 대표 공연 전문 번역가 중 한 명이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물랑루즈!’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최근 그는 개막을 앞둔 뮤지컬 ‘시라노’ 준비에 한창이다. ‘시라노’는 18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뛰어난 검술과 언변을 겸비했지만, 코가 기형적으로 큰 추남 시라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하지 못하고 친구를 통해 사랑을 전하는 절절한 이야기다. ‘지킬 앤드 하이드’ ‘웃는 남자’ 등 음악으로 사랑받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17년, 2019년 이후 세 번째로 열리는 시즌이지만 마치 초연 공연 같은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달라진 무대에 새로운 음악을 추가하고 대본도 각색을 거쳤다. 김 번역가도 번역 작업을 새로 하는 중이다. 이번 공연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지난 시즌까지는 코미디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슬픈 감정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간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시라노’는 다음달 6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구교범/사진=이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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