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문화는 존중과 공생을 바탕으로 한다. 더불어 사는 마음은 풍요로운 유산이 되어 지금의 튀르키예를 만들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문명, 다양한 맛이 어우러진 식탁, 타자에게도 한결같은 환대. 그래서 어떤 여행자라도, 이곳에선 행복할 수밖에 없다.
튀르키예는 말한다. 우리는 서양도 동양도 아닌, ‘세계의 중심’이라고. 그 근원에는 중앙 아나톨리아가 있다. 셀 수 없는 제국과 문화가 꽃을 피운 문명의 교차로다. 이곳에 '튀르키예 유네스코 세계유산' 코스로 꼽히는 앙카라, 아피온카라히사르, 콘야가 위치해 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문명의 산물을 품고 있다.
세 도시를 잇는 길목도 허투루 지나쳐서는 안 된다. 앙카라에서 차를 타고 2시간가량 달리면 프리기아 왕국의 수도였던 고르디온에 닿는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칼로 끊어낸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성채, 마을, 고분 등 고대 도시 여기저기서 다양한 유물이 쏟아져나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발굴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간이 흐른 뒤 고르디온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인근에는 ‘미다스의 손’ 전설로 알려진 미다스 왕의 무덤이 있다. 53m 높이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고분 안에 직접 들어가 수천 년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아피온에서 콘야로 넘어가는 길에 사도 바울의 첫 선교 여행지인 피시디아 안티오크가 있다. 인구 2만 5000명의 소도시 얄바츠에서 동쪽으로 3.2km 떨어진 곳에 있는 유적지다. 미주 교포 순례단이 유적지 입구에 붙여놓은 한글 안내판이 못내 반갑다. 로마 시대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잔틴 제국 시절 사도 바울에게 봉헌됐던 성 바울 대성당 터, 야외극장, 신전 등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지난해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튀르키예 전역에 걸쳐 있는 5개의 이슬람 사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 이 중 앙카라, 시브리히사르, 아피온카라히사르에 있는 사원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다. 모두 목조 하이포스타일 모스크로, 내부에 열 지어 선 나무 기둥이 목조 천장과 지붕을 떠받치는 형태를 띤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면서도 위엄 있는 자태가 한국의 사찰을 닮았다.
건축은 당대의 기술 수준은 물론, 생활양식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문이다. 무카르나스 기법이 세심하게 세공된 기둥머리, 기하학적 모양으로 자른 나무 조각을 이어 붙인 쿤데카리 기법의 장식에서 아나톨리아 문화의 진수를 느껴본다.
튀르키예 Turkiye 여행 정보
수도: 앙카라
비행시간: 이스탄불 직항 기준 11시간 35분
시차: 한국보다 6시간 느림
화폐단위: 리라(YTL), 1리라=약 40원
박소윤 한경매거진 기자 park.so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