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도 없던 제주도 여행을 가게 생겼습니다.” 연말을 앞두고 항공사 마일리지를 쓴다는 30대 직장인은 이 같이 하소연했다. 국내 대형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쓰기 어렵다는 불만에 대응해 김포~제주 노선 대상으로 '마일리지 특별기'를 띄우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연말연시 여행 시즌을 맞아 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좌석 이용 승객을 위한 특별기를 운항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28일과 30일, 내년 1월1일 총 사흘에 걸쳐 김포∼제주 노선 일부 시간대에 마일리지로 '우선 발권'할 수 있는 특별기를 운영한다. 투입되는 항공기는 에어버스 A220-300 기종으로 일반석 140석을 갖췄다.
아시아나항공은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 프로모션을 통해 12월 2∼15일 운항하는 김포발 제주행, 제주발 김포행 총 56편 대상 항공편의 잔여석을 모두 마일리지로 판매한다. 대상 항공편 56편의 현재 잔여 좌석은 약 4500석. 편도 기준 제주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 금액은 5000마일리지로, 이를 통해 아시아나클럽 회원의 마일리지 소진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항공 이용 수요가 폭증해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매하는 게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인 데다 항공권 외 사용처도 크게 줄면서 마일리지 소멸 기한이 가까워진 고객들 불만이 커지자 고육지책을 마련한 셈이다.
소비자들은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선에서도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좌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항공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항공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항공권 수가 고객들이 원하는 것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고객들이 대부분 휴가철이나 성수기에 몰려 더욱 부족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며 “실제로 11월 등 비수기엔 마일리지로 구매 가능한 항공권 좌석이 남아있는 등 시기와 항공권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합병 전에 마일리지를 사용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마일리지 사용이 더욱 어려운 상황. 합병 후 통합 항공사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가치를 어떻게 산정해줄지 미지수여서다. 일반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일리지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기도 어렵다. 지난 26일 기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몰에 있는 대부분의 상품이 매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마일리지 상품을 최대한 마련하고 있지만 금방 매진되고 있다. 최대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