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민간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동시에 받는 이른바 ‘혼합진료’의 보험금 청구를 제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급여 항목인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정형외과를 방문한 환자가 실손보험을 활용해 도수치료도 함께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도수치료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잉 진료의 원인으로 지적돼온 혼합진료를 사실상 금지해 ‘피안성정’(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 쏠림 현상을 막고 필수의료 체계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다음달 발표할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에 혼합진료 금지를 포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위에서 7~8차례 논의했고 개선 방안이 거의 구체화됐다”며 “핵심은 혼합진료에 따른 의료비 과다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혼합진료를 사실상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환자가 내야 할 진료비가 늘어나면 비급여 진료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혼합진료 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약관을 실손보험 상품에 넣도록 정부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모든 비급여 항목이 아니라 경증이면서 과잉 청구한 항목 중심으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이다. 도수치료 외에 백내장 수술 시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함께 받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등에 혼합진료 금지에 관한 법적 근거를 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비급여 서비스 가격을 정부가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참조 가격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응급실에서 감기 등 경증 질환으로 진료받을 때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경증 환자를 일반병원으로 유도해 응급실 쏠림을 막겠다는 취지다. 비급여 진료 비용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1·2세대 실손의료보험(옛 실손) 개편도 이번 개선 방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성/황정환/서형교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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