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철금속업체 영풍의 소수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며 회사 측에 자사주 소각 등 요구안을 내놨다.
영풍의 지분 2%대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25일 '영풍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제언'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영풍이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6.62%의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영풍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연합해 현재 주주권익 및 거버넌스(의사결정과정) 개선을 촉구하며 최대지분을 가진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머스트운용은 "영풍은 시가총액 약 7110억원으로서 실질 순자산 가치 5조원의 약 0.14배에 거래되고 있고, 이는 시총 5000억원 이상의 상장사 중 무형자산이 커 예외적인 이마트(0.16배), 현대제철(0.15배)와 함께 제일 낮은 수치"라며 "영풍은 순자산의 품질이 매우 좋지만 한국 주식 시장에서 사실상 가장 싸게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의 순자산 중 대다수는 고려아연 지분(약 3조5천억여원)과 서울 중심가의 영풍 빌딩 등 투자부동산(약 1조원)이다.
머스트운용은 "강성두 영풍 사장은 올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정책을 비판하며 '소각 목적이 아닌 자사주는 취득하면 안 된다. 주주를 위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영풍이 보유한 자사주를 보면 이는 모순된 발언이며, 자신의 말씀을 지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조항을 추가해달라"고 촉구했다.
머스트운용은 또 영풍이 유통 주식이 많지 않고 거래량이 적어 소수주주에 불편함이 있다며, 1천%의 무상증자 또는 1대10의 액면분할을 주주 배려 정책으로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영풍이 MBK와 맺은 계약에 대해 머스트운용은 '기업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꼭 중요한 사안은 알아야 한다'며 공개 질의를 했다.
영풍의 수장인 장형진 고문과 영풍은 자신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매각을 MBK에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머스트운용은 ▲ 풋옵션 대상 주식이 영풍 보유 주식의 약 60%가 맞는지 ▲ 풋옵션 행사 가능일이 도달하면 즉시 풋옵션을 행사할 것인지 ▲ 풋옵션의 할당 비율은 영풍과 장 고문의 지분 비율대로 할당할지 확인해달라고 사측에 요청했다.
영풍의 공시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의 공개매수 완료일로부터 1년 후, 또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과반 확보일로부터 6개월 후 둘 중 빠른 날부터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있다.
풋옵션 대상은 장 고문과 영풍 양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이다. 이중 누가 얼마나 풋옵션을 행사할지 비율은 영풍이 결정할 예정이라고 사측은 공시했으나, 실제 수치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 알려진 바가 없다.
머스트운용은 이 외에 영풍 소유 부동산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해 정확한 값어치를 장부가치로 반영하고, 고려아연 지분 풋옵션을 통해 확보한 현금 중 30% 이상을 주주환원을 위해 쓰겠다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머스트운용은 사측에 29일까지 회신을 달라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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