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가 알테오젠의 경쟁사 미국 할로자임테라퓨틱스의 엠다제(MDASE) 특허를 무효화하는 심판을 청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향후 이 특허의 무효화 여부에 따라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을 둘러싼 분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SD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특허청(USPTO)에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에 대한 ‘등록 후 특허취소심판(PGR)’을 제기했다. 이후 19일 골드만삭스에서 “키트루다에 사용된 SC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이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스닥 시장이 출렁였다. 키트루다 SC제형에 사용된 플랫폼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알테오젠의 ALT-B4이기 때문이다.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IV를 SC로 바꿔주는 기술인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보유하고 있다. 물질명을 알테오젠은 ALT-B4 할로자임은 PH20이라고 부른다.
전태연 알테오젠 부사장(특허 변호사)은 인터뷰에서 ALT-B4의 경쟁사 특허 침해 의혹과 관련해 “특허 침해의 소지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기존 고객사인 MSD, 일본 다이이찌산쿄 이외에도 기술수출 논의를 진행 중인 빅파마 측에서도 ALT-B4의 특허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단일품목 매출 1위 의약품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250억 달러(35조원)를 올렸다. 이는 MSD 매출의 42%에 이른다. 키트루다 SC제형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중이다. MSD는 최근 SC제형이 기존 IV제형과 동등한 효능을 냈다는 탑라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예정된 일정대로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할 경우 2025~2026년 출시를 전망한다.
이번 MSD의 엠다제 특허 무효화 청구는 키트루다 SC제형의 상업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분쟁의 소지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없애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전 부사장은 “MSD가 자금을 투입해 키트루다SC의 특허를 알테오젠 이름으로 전 세계에 등록하고 있다”며 “MSD의 특허 무효심판 청구는 알테오젠이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먼지만큼의 분쟁의 소지도 정리해 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할로자임의 기존 특허는 인핸즈(ENHANZE)이다. 인핸즈는 특허가 미국에서 2027년, 유럽 2029년 만료된다. 반면 엠다제는 아미노산을 치환하는 방식으로 미국 특허 기간을 2034년까지 늘렸다. 미국 외 국가는 2032년이다.
할로자임은 엠다제 특허 청구에서 기존 특허인 인핸즈가 포함하지 않았던 1049~1065개에 이르는 아미노산을 치환하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반면 MSD는 엠다제의 특허 무효 청구를 제기하며 “엠다제의 특허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연구자가 똑같이 재연할 수 있을 만큼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MSD 측은 “할로자임의 엠다제가 주장하는 변이체를 다 만들면 지구의 무게보다 무겁다”고 표현했다. 연구원이 평생 동안 실험을 반복적으로 하더라도 만들 수 없는 수준의 광범위한 특허 청구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미국 암젠과 프랑스 사노피의 특허 소송 사례와 유사하다. 2014년 암젠과 사노피는 PCSK9 항체를 두고 소송을 시작했다. 당시 두 회사는 각각 PCSK9를 타깃으로 하는 억제제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암젠은 사노피가 “PCSK9 단백질의 특정 아미노산에 결합하는 항체”에 대한 특허 소유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PCSK9 타깃에 결합하는 수백만 개의 공개되지 않은 항체가 자신들의 특허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2015년 양사의 제품이 출시됐다. 이후 암젠은 2017년 사노피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인용했다. 사노피는 곧바로 항소했고. 법원은 “특허 소송이 완료될 때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을 중지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양사의 법정 소송은 2023년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대법원은 “암젠이 모든 PCSK9를 타깃으로 하는 모든 항체를 알 수 없다”면서 사노피의 손을 들어줬다. 암젠의 특허가 해당 분야의 숙련된 사람이 불필요한 실험 없이 청구된 발명의 전체 범위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특허법의 ‘실행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MSD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경우의 수는 키트루다 SC제형의 매출액 대비 로열티를 할로자임에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다. 세계 1위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할로자임의 엠다제 특허가 무효화될 경우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기간이 인핸즈의 특허 만료 기간인 2027년까지이다.
즉 엠다제의 특허가 무효화되고, 인핸즈 특허만 있으면 키트루다 SC제형 품목허가 시기로 추정되는 2025년 말~2026년부터 약 1년 간의 로열티만 지불하면 종료된다. 따라서 업계는 MSD가 엠다제 특허의 무효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11월 25일 09시2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