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룩(Clone Look)’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길거리를 지날 때면 모두가 유행하는 옷을 똑같이 입고 다니는 것을 뜻한다. 어디 옷뿐일까. 유행이 빠르게 번지는 사회에서 똑같은 브랜드, 비슷한 스타일의 신발 등은 어디에서나 찾아보기 쉽다. 그래서일까. 요즘 소비자들은 “클론룩은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이 마치 복제인간 같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점에서 자신만의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토핑’이 등장한다. 토핑이란 흔히 기본적인 것에 더해지는 추가 장식이나 옵션을 말한다. 과거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던 토핑이 이제는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재료로 역할을 하고 있다. 토핑경제란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추가적이거나 부수적인 요소인 ‘토핑’이 더욱 주목받아 새로운 효과를 가져오는 시장의 변화를 의미한다.
토핑경제의 첫 번째 현상은 맞춤형 제품의 인기다. 휠라에서는 개인별 취향과 족형을 고려한 테니스화 커스텀 서비스를 지원한다. 자신이 원하는 테니스화 모델을 고른 다음, 내 발에 맞는 핏을 선택하고 자주 이용하는 테니스 코트의 바닥면까지 고르면 된다. 안경 브랜드 ‘브리즘’은 약 한 시간에 걸친 1 대 1 상담으로 내 눈에 맞는 최적 안경을 찾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3D(3차원)스캐닝과 3D프린팅을 기반으로 얼굴 모양, 미간 너비, 코 높이, 귀 높이 등을 고려해 65만 개 조합 중 개인의 얼굴에 딱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준다.
두 번째 현상은 나만의 조합을 찾아내는 꾸미기 시장의 성장이다. 2024년 미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는 텀블러 꾸미기가 화제였다. 텀블러 꾸미기의 중심에는 스탠리가 있다. 텀블러에 끼우는 아기자기한 빨대 마개는 물론이고, 음료와 함께 먹을 간식을 담을 수 있는 ‘스낵 링’(링모양의 접시)과 텀블러 전용 가방 등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아마존 스탠리 필수품’으로 불리며 인기가 뜨거웠다. 꾸미기 열풍은 국내 패션업계도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젠틀몬스터는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기존 선글라스에 참(charm)을 탈부착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신상품을 출시했다.
마지막으로 모듈형 소비의 부상도 토핑경제의 모습 중 하나다. 올해 까사미아에서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자라는 방을 만들 수 있는 스마트 모듈 시스템 가구 ‘뉴아빌’을 선보였다. 책상, 침대, 옷장 등에서 40가지 모듈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아이가 성장하면서 필요에 따라 가구를 더하거나 빼면서 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 ‘에이지리스(ageless)’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토핑경제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소속감을 중요시하는 소비가 주를 이뤘지만, 현재는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은 다양한 토핑 생태계를 구축해 소비자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아야 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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