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펀드가 올해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거둬 눈길을 끈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가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는 평가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 수혜 자산 투자) 등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 환경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RA 펀드를 활용한 투자 대응은 유효할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4개 RA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연초 후 이달 20일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10.89%로 집계됐다. RA 펀드는 고도화된 AI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투자 성향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RA 펀드 중 유진자산운용의 '유진글로벌AI플러스(H)ClassC-F'가 연초 후 27.96%의 수익률로 가장 높았다. 이밖에 △'KB올에셋AI솔루션EMP(혼합-재간접형)(UH)A-E' 16.68% △'키움글로벌파도타기EMP[주식혼합-재간접형]C-F' 12.22% △'신한AI자산배분(H)[주식혼합-재간접형](종류C-re)' 9.67%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RA 펀드가 분산투자에 최적화된 만큼, 올해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컸던 시장 환경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RA 펀드 대부분은 자산 배분형으로 돼 있어 주식이 꺾이는 구간에서도 채권이나 금 등 다른 자산군으로 방어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안정적이었다"며 "반면 액티브 펀드는 개별 종목 베팅의 위험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기간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385개의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선방했다. 액티브 펀드 평균 수익률은 -5.07%로 되레 손실을 봤다.
당분간 RA 펀드에 대한 투자가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윤곽이 나오기 전까지 높은 불확실성에 따른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다. RA 펀드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만큼, 이 같은 시장 환경에 적합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만 봐도 테슬라처럼 특정 종목을 잘 선정해 투자했다면 높은 수익을 봤겠지만, 같은 섹터라도 다른 종목에 투자했다면 손실 가능성이 컸다"며 "국내 RA 펀드는 주로 개별 종목보다 ETF를 여러 개 담는 EMP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 대안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이 짐을 다 싸야 할 정도로 성과 차이가 있었다"며 "RA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30년 이상의 데이터를 누적해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들어간 데이터의 유효성도 검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RA 알고리즘은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의 정밀함, 매매 타이밍, 현재 시장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매매 수량 등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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