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자영업자들과 배달 플랫폼 간 수수료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12차례 회의를 이어온 상생협의체가 지난 14일 종료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나온 상생 방안에는 일부 후퇴한 조건도 있어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외려 더 커졌다. 정치권에선 규제 입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다음 날 상생협의체가 반쪽짜리 협의로 끝났다며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힘 있는 문장’ 해치는 상투적 표현들
배달 플랫폼과 외식 입주업체 간 갈등이 외부 규제를 자초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 실마리를 앞 문단 마지막 문장에서 읽을 수 있다. 골자만 추리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정화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문장을 구성하고 있는 형식이다. 앞의 다른 문장들이 간결하게 처리된 데 비해 이 구성은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글쓰기에서 가장 인식하기 어려운 중복은 의미상 중복이다. 특히 서술부에서의 의미 중복은 상투적 표현이 되다시피 해 자칫 간과하기 십상이다. 가령, 소감이나 포부를 담은 인용문을 쓴 뒤에 서술어로 ‘소감을 말했다’, ‘포부를 밝혔다’ 식으로 덧붙이는 게 그런 것이다. 이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서술부를 간결하게 ‘~라고 말했다/밝혔다’로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예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정화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라고 하면 충분하다. ‘~추진하겠다’에 ‘입장’이 덧붙은 것도 어색하거니와 그런 ‘~입장을 밝혔다’고 하는 것도 우리말답지 않다. 글을 쓴 다음엔 반드시 퇴고를 통해 이런 부분을 다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은 글쓰기의 지름길이다.
이 유형의 중복 오류는 특히 신문 기사 문장에서 자주 발생한다. 너무 흔해 언론의 상투적 표현이 되다시피 할 정도다. 글쓰기에서 이를 경계하는 까닭은 ‘힘 있는 문장’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표현이 덧붙어 간결한 맛을 떨어뜨린다. 대표적 사례를 몇 개 더 살펴보자.
‘말하다-밝히다-설명하다’ 구별해 써야
① 그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최근 성적이 부진했는데 믿음으로 후원을 계속하는 SK텔레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②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③ ○○○ 전 국무총리, ××× 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밝혔다.
이들 문장의 구성상 공통점은 서술부에 군더더기가 덧붙었다는 것이다. ①에는 글쓰기에서 조심해야 할 오류들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인용문 자체가 이미 소감이다. 따라서 서술어로 다시 ‘소감을 밝혔다’고 할 필요 없다. 더구나 인용문의 실제 내용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 이를 ‘소감을 밝혔다’라고 했으니 내용상 맞지도 않는다. 습관적으로 붙인 셈이니 ‘상투어의 함정’에 해당한다. ‘밝혔다’도 새로운 사실이나 판단을 밖으로 드러낼 때 쓰는 말로, 이 문장에선 적절치 않다. ‘~고 소감을 밝혔다’ 대신에 ‘~라고 말했다’로 쓰는 게 간결하고 힘 있는 표현이다. ‘말했다’는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중립적 개념의 말이다.
②에서 ‘~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는 어색한 표현이다. ‘~이라고 기대했다’가 우리 말법이다. 특히 따옴표 안의 말 자체가 ‘기대’하는 내용이라 굳이 서술부에서 반복할 필요가 없다. 인용문의 서술어는 ‘~라고 말했다/전했다/밝혔다/강조했다/설명했다/지적했다’ 등을 내용에 맞게 선택해 간결하게 쓰는 게 좋다. 여기서는 ‘말했다’가 무난하다. ③에선 ‘애도의 뜻을 밝혔다’가 아니라 ‘애도했다’라고 하면 간결하고 힘 있다. 이를 언론에서 ‘애도의 뜻을 밝혔다’라고 하는 것은 문장을 비틀어 쓰는 나쁜 버릇이다.
보통 정치권이나 대기업 총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나오는 문맥에서 이런 말을 상투적으로 쓴다. 권위주의적 표현의 잔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