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으로 정규직이 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상당수 업무를 다시 민간에 위탁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노조는 정규직으로 바뀐 노동자들이 다시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내 한 회계법인에 ‘위탁사업 구조 개선 및 자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해 최근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공항 운영의 필수 업무인 운항·여객수속·정보기술(IT) 등 3개 핵심 분야 업무는 기존 자회사를 분사한 ‘기능 전문 자회사’를 세워 회사에 내재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환경미화 △비행기 탑승교 운영 △셔틀버스 △승강시설 유지보수 업무 등 비핵심 업무는 민간 위탁 경쟁체제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사의 비핵심 업무를 다시 민간에 위탁하자는 의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등 3개 자회사를 설립한 뒤 용역회사 소속이던 비정규직 근로자 95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보고서는 당시 조직 개편과 정규직 채용에 대해 “단기간 내 정규직 전환이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복잡한 기능을 3개 자회사로 단순 통합했다”며 “핵심 기능만 공사가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외주를 주던 운영 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회사가 모회사에 100% 의존해 매출을 발생시키면서 공사는 적자인데 자회사만 흑자인 기이한 상황”이라며 “자회사와 민간이 경쟁하는 위탁사업 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연구 용역에서 제안된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했다. 상급 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업무를 용역으로 외주화하라는 보고서”라며 “공사는 ‘자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즉각 폐기하라”고 경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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