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사 5곳 중 1곳이 ‘좀비기업’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다. 좀비기업은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는 한계기업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전체 1771개 상장사의 20.4%인 363개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매매가 정지된 81곳 중 2년 이상 거래가 멈춘 ‘식물 상장사’도 13곳이나 된다. 이런 기업들이 버젓이 상장을 유지하고 버티고 있으니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자생력을 잃은 좀비기업을 방치하면 기업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증시에서도 마찬가지다. 퇴출이 마땅한 문제 기업을 그대로 놔두면 투자자는 그만큼 위험에 노출되고 시장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건전한 기업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기 쉽다. 코스닥지수가 올해 내내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꼴찌에서 헤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좀비기업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장 퇴출이 날벼락일 수 있지만, 일부 주주들 눈치만 보다가 시장 전체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기술특례상장 등으로 상장 문턱을 낮춘 만큼 부실기업을 퇴출할 문은 넓혀야 하는데 좁은 출구는 그대로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60곳인데 상장 폐지된 기업은 19곳에 그쳤다. 그나마 6곳은 자발적으로 나간 기업이다.
반면 잘나가는 미국 나스닥시장은 올해 퇴출한 종목이 395개나 된다. 신규 입성 종목 192개의 두 배가 넘는다. 엄격한 상장 요건 관리로 전체 상장사 수가 3년 새 9.8%(361개) 줄었다. 건전성을 높여야 시장이 성장하고 투자자의 지갑도 불려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이 1조달러에 육박하며 처음으로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액을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을 돌아오게 하려면 기업의 실적 회복이 우선이겠지만 증시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필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연내 내놓는다는 방안에 그런 내용들이 충실하게 담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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