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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근로시간, 개인과 기업에 선택할 자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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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 중 어느 게 우선돼야 할까? 대다수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도움 되는 경우를 원한다. 개인의 경제활동 자유를 보장해 시장에서의 경쟁과 효율성을 통해 사회 전체의 부를 증진한다는 게 이런 생각의 핵심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어떨까? 이 제도는 2018년 근로자의 과도한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입됐다.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기여를 목표로 했다. 52시간제가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52시간제가 민간 기업으로 확대된 이후 근로자 직무 만족도와 삶의 만족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근로자 조직 몰입도에 부정적이다. 생산성 향상에도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 물론 생산성 하락도 관찰되지는 않았지만, 이는 기업들의 자동화와 최신 설비 투자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제도는 고용 증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산업에서 고용 증가가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고용 증대 효과는 없었다. 산업별로 다른 노동 수요와 공급 그리고 근무형태 등의 차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52시간제는 생산직 근로자에게 적합한 제도다. 성과 중심의 근로자까지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연구개발과 첨단 분야에서 52시간제의 폐해가 심각하다. 성과에 따라 높은 보상을 받는 분야에 노동시간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은 노동법 규정을 공공연히 무시하곤 한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의 노동시간을 단속하지 않았다. 후발주자였던 중국 기술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원동력이 된 셈이다. 한국은 노동시간 제약 탓에 기술 상용화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자발적으로 더 일하고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인재들의 ‘노동권 위협’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미국도 고소득 전문직의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 결과 매년 많은 수의 석·박사급 인재가 미국 영주권을 받고 한국을 떠나고 있다.

52시간제를 기계적이며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산업과 업무 특성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인과 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대안이다. 현장의 요구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첨단산업 경쟁력의 원천이므로 52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정치 리더십이 해결할 영역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력적 적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논의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맡겨둔 상황이다. 선택과 집중의 정치 리더십으로 하루빨리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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