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하부 배터리 부분을 ‘물 드릴’로 뚫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진호 전남 나주소방서 소방사)
20일 전북 전주시 팔복동에서 행정안전부 종합안전 훈련(레디코리아) 일환으로 진행된 전기차 화재 대응훈련. 소방사가 기구를 조작하자 손바닥 네 개 정도 넓이의 납작한 판 한가운데에서 거센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판이 차량 아래로 밀어 넣어진 뒤 사방으로 물줄기가 흩어지며 근방 10m 이내까지 물이 튀었다.
이날 훈련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발생으로 10명이 사망하고 150여 대의 차량이 전소되며 인근 호텔까지 화재가 번지는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훈련을 주관한 행안부는 화재 대응부터 인명 구조 및 보고 체계 등의 종합 훈련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행안부를 비롯해 소방청, 전북특별자치도,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48개 기관에서 580여 명이 참석했고, 소방·경찰차 등 각종 장비 62대가 동원됐다. 전기차 하부 배터리 부분을 물에 담그는 ‘이동식 소화수조’, 차 앞유리창을 뚫고 물이 뿜어져 나오는 기구를 내부로 진입시키는 ‘무인파괴방수차’, 차량 하부 배터리 쪽에 4~10kgf/㎠ 압력 수준의 물 드릴을 돌려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는 ‘관통형 방사장치(EV Drill Lance)’ 등이 시연됐다.
이동식 소화수조는 불이 난 차량 주변에 간이 수조판을 설치하고 물을 부어 만든다. 소방 관계자는 “배터리가 위치한 차량 하부가 전부 물에 잠기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무인파괴방수차는 물이 뿜어져 나오는 거대 송곳 형태의 기계 팔이다. 강한 힘으로 자동차 앞뒤를 내리치며 유리를 부수고 물을 내부로 주입한다. 전기차와 8~10m 이상의 거리를 두고도 불을 끌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주민들은 처음 보는 장비의 모습에 ‘신기하다’면서도 훈련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주민 이은숙 씨(53)는 “20여 년을 이 동네에 살았지만 이런 훈련도 처음이고, 난생처음 보는 장비들이 많았다”며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훈련하고 아이들도 교육할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부처 간 합동으로 전기차 화재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로 차량 내부에서 탈출 불가한 부분의 대책 마련은 국토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