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상속 과정에서 지배력이 취약해진 국내 대기업들이 앞으로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 표적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토종 사모펀드’를 표방하는 MBK의 펀드를 구성하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이 해외자본이라는 점도 짚었다.
1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홍콩 투자은행(IB) 전문매체 아시아벤처캐피털저널(AVCJ)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겨냥해 “역동성을 추구하는 한국시장은 변화가 조금 더 빠를 것”이라며 “우리(MBK)는 그 변화의 주체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은 “고려아연과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표적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대기업집단 중 창업주 이후 3~4대가 지나면서 지배력이 취약해진 경우가 많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상속세를 내고 나면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승계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주주가치 제고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이에 주주들이 반발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이 틈을 파고 들었다는 평가다. MBK가 노린 대기업집단에는 △불완전한 지배구조 △주요 주주 및 창업자 집안 사이의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고려아연은 “재계의 승계는 상속세 등으로 어려운 반면, 사모펀드에 대한 제약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MBK의 펀드를 구성하는 자금 중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고려아연은 지적했다. MBK는 지난 18일 일본 도쿄에서 기관투자자 대상의 연차 총회를 열고 6호 바이아웃 펀드 2차 클로징까지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출자자가 대부분 중동지역을 비롯한 해외에 있는 큰손 투자자들이라고 고려아연은 전했다.
고려아연은 “스스로 ‘토종 사모펀드’라고 내세우는 MBK를 경영하는 김병주 회장의 국적은 미국"이라며 "(MBK는) 과거 국내 대기업들을 공격했던 소버린, 론스타, 칼라일 등 외국자본과 다를 바 없는 투기적 자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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