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1억653만원 사적 사용”
이날 수원지방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검사 허훈)는 이 대표와 전직 경기도 비서실장 정모씨, 전직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이 대표는 총 1억653만원가량의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경기지사 취임 직후 경기도는 제네시스 G80을 구입해 이 대표의 자택 주차장에 세워두고 김씨가 자가용처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서실에는 ‘의전용 관용차’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꾸몄고, 비서실도 배차를 계속 신청해 다른 부서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차량의 주유비, 세차비, 과태료도 경기도 예산으로 지출해 이 대표가 6016만원가량의 이득을 취했다고 본다. 또 정씨·배씨와 공모해 과일 대금 2791만원, 샌드위치 대금 685만원, 세탁비 270만원, 식사 대금 889만원 등을 도 예산으로 지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경기도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모님팀’이 이 대표 부부의 사생활 관리를 전담했다고 보고 있다. 배씨가 해당 팀을 이끌며 이 대표 부부의 식사·과일 구매와 의류 세탁 등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사모님팀은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889만원어치를 법인카드로 결제해 이 대표 부부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최근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단도 기소 근거로 적시됐다. 김씨는 14일 민주당 의원 배우자 등 6명과의 식사비 10만4000원을 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씨 가족의 음식을 제공하고 식사 모임을 주선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도지사를 보좌하는 업무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野 “검찰의 이재명 괴롭히기”
민주당은 이번 기소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또다시 핑곗거리를 만들어 대통령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 오늘 검찰의 기소는 기소를 위한 기소”라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성명서를 내고 “제1야당 대표이자 대권 주자인 이재명에게는 먼지 한 톨까지 뒤져 억지로 죄를 만들어내며 정치적 사법 살인을 자행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퇴진의 맨 앞에 서야 한다”고 했다.당내에선 향후 5개 재판에 나서야 하는 만큼 이 대표의 당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표는 대장동 관련 사건과 성남FC 사건 등으로 주 2회(화·목요일)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재판과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사건은 수원지방법원에서 맡은 탓에 이 대표는 법원 출석을 위해 서울과 수원에 오가야 한다. 이와 함께 위증교사 관련 재판도 달마다 열리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를 겨냥해 “너무 많은 죄명이 쏟아져 나와 그 내용조차 기억하기 어렵다”며 “국민께 깊은 혼란과 피로감을 주고 있다”고 했다.
박시온/배성수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