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주요 국가 간 이합집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 정책에 맞서 힘을 합치거나 그간 소원했던 국가와 관계 개선에 나서는 등 이해득실에 따라 분주한 모습이다.
○日·英, 트럼프 관세 공동 대응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 중인 브라질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을 하고 양국 외무·경제 각료가 참석하는 ‘경제판 2+2 회의’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외국과 경제판 2+2 회의를 창설한 것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 1월 이후 이른 시일 내에 첫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기로 했다.일본과 영국은 경제판 2+2 회의에서 고관세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역 협상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10~20%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자동차 등 수출로 먹고사는 일본은 치명타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일본과 손잡고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양국 경제판 2+2 회의는 반도체, 광물 등 중요 물자의 공급망 강화 방안을 다룬다.
일본과 영국은 방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내년 예정된 영국 항공모함 타격단의 인도·태평양 파견과 일본 자위대가 다른 나라 함정 및 항공기를 방어하는 ‘무기 등 방호’를 영국군에 적용하는 방침을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이 이탈리아와 함께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도 속도를 낸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첫 정상회담을 열고 경제와 안보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두 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전기차 관련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5일 페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양자 회담을 열고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을 재확인했다.
○中, 美 동맹국과 관계 개선 나서
중국도 외교 무대를 적극 활보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에서 최빈국에 ‘일방적 개방’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주고받기’를 중시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을 염두에 두고 달라졌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시장 다변화’를 앞세워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 기간 스타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연쇄 회담을 했다. 영국과 호주는 미국이 중국 견제에 중점을 두고 2021년 결성한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 회원국이다. 중국과 영국의 정상회담은 6년8개월 만이다. 중국과 호주는 2018년부터 호주가 반중 노선을 취하면서 수년간 갈등을 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이 트럼프 2기 시대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안보동맹국 정상과 적극 접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커스는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18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심화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세 나라 국방부는 극초음속 운반체 테스트를 강화하고, 관련 기술 적용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3국은 2028년까지 총 2억5200만달러를 투입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비행 테스트를 한다.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에서 러시아와 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 속에 최근 동맹국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김은정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