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71.95

  • 2.88
  • 0.12%
코스닥

686.12

  • 3.43
  • 0.5%
1/3

AI 선생님·여친까지…"더 쓰려면 돈 내세요" 유료화 러시 [긱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슈퍼챗’ 결제하면 인공지능(AI) 캐릭터가 진짜로 똑똑해지나요?”

생성형 AI 스타트업 뤼튼이 유료 캐릭터챗 서비스를 내놓자 커뮤니티에 쏟아진 질문이다. 뤼튼은 지난해 12월 “AI는 소수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전면 무료화를 선언한 회사다. 하지만 최근 기조를 변경해 AI 캐릭터 대화에 슈퍼챗이라는 과금 정책을 도입했다. 돈을 내면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인 ‘클로드 3.5 소네트’가 적용된 AI와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슈퍼챗 모드를 한번 맛보니 다시 무료 버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했다.
○과금 시작한 AI 스타트업

주요 생성형 AI 스타트업이 앞다퉈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에서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무료 버전은 유지하면서 이용 한도나 성능을 제한하는 것이다. 무료 버전보다 고품질 서비스를 원하면 구독 등으로 결제를 유도한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회사원 심혜령 씨(35)는 생성형 AI에 매달 1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지급한다. 챗GPT(월 20달러)를 비롯해 AI 검색 서비스 퍼플렉시티(월 20달러), 이미지 생성 AI인 어도비파이어플라이(월 6600원), PPT 제작 서비스 감마(월 15달러) 등에 쓴다. 심씨는 “무료로 쓰다가 이용량이 부족해 결제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동안 국내 AI 서비스들은 해외 업체에 비해 유료화에 소극적이었다. 이용자부터 모으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최근 들어 기조가 달라졌다. 뤼튼이 캐릭터챗에 유료화 전략을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오락 성향이 짙고 이용 집중도가 높은 AI 캐릭터 서비스는 과금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작다.

다른 캐릭터 AI 서비스인 제타도 음성 채팅 기능을 추가했다. 이용자가 플랫폼 내 재화인 ‘피스’를 사서 이용하도록 했다. AI 검색 스타트업 라이너는 월 2만~3만원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료 버전도 있지만 고품질 답변을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네이버는 AI 번역 서비스 파파고의 유료 버전 파파고플러스(월 1만3000원)를 출시했다.
○“돈 벌어야 서비스 지속 가능”
AI 스타트업들은 막대한 운영 비용이 드는 것과 비교해 돈을 못 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AI 서비스 기업은 적지 않은 모델 사용료를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사에 내야 한다. 서비스 사용량이 늘면 비용 또한 증가하는 구조다. 원하는 AI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기존 모델을 훈련·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대표는 “AI는 이용률이 늘수록 돈을 까먹는다는 게 문제”라며 “과금 모델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선 막대한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외부 투자가 계속 들어온다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용자를 모으겠지만, 지금은 AI도 수익 모델 없이는 투자 자체를 못 받는 분위기”라며 “이용자에게 과금하든 광고를 붙이든 돈이 나올 구멍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타깃층이 뚜렷한 기업 간 거래(B2B) AI 스타트업이 핵심 서비스 전체를 유료화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행동분석 스타트업 플레이태그는 영유아 AI 행동 분석 서비스를 최근 유료로 전환하고 한 달 만에 150개 클래스와 계약을 맺었다. 보도자료 작성 서비스인 퓰리처AI는 출시 5개월 만에 4단계 요금제를 도입하고 이용자를 확보했다. 유료 법률 AI 서비스도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로앤컴퍼니의 법률 AI 슈퍼로이어는 출시 100일 만에 변호사 회원 4300명을 모았다.

기존 서비스에 AI 기능을 추가해 과금하는 ‘애드온’ 방식을 쓰는 기업도 있다. 생성형 AI 기능에 따로 요금제를 붙인 업무용 툴 ‘슬랙’이 대표적이다.
○‘성과 기반 과금’ 모델 생길까
AI 활용에 익숙해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비용 지급에 대한 저항도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AI 챗봇 유료 이용률은 5.7%다. AI업계 관계자는 “아직 높지는 않지만 돈을 낸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반발은 예상보다 적다”며 “업무 효율성을 위해 AI 비용을 지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1~8월 글로벌 AI 앱의 인앱 구매 수익은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보다 51% 늘었다. 한국의 챗GPT 다운로드당 수익(RPD)은 1.5달러로, 미국(2.5달러) 다음으로 높았다. 국내 챗GPT 인앱 구매 수익은 올 5월 2만달러 정도였지만 8월엔 5만5000달러로 뛰었다.

지금은 구독 모델이 대부분이지만 AI가 ‘성과 기반 과금’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I처럼 운영 비용이 큰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면서 동일 요금을 받으면 이른바 ‘파워 유저’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단순히 이용자 수만 보고 서비스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미국 AI 스타트업 젠데스크는 직원 개입 없이 챗봇이 자동으로 작업을 완료했을 경우에만 요금을 받고 있다. 다른 AI 솔루션 업체 인터콤 역시 문제 해결 건당 99센트를 청구한다.

일각에선 AI 유료화가 가속화하면서 AI 이용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간의 학업, 업무 격차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순 AI 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지급 능력에서도 ‘AI 양극화’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고은이/황동진 기자 koko@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