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동반된다. 기존 기술이나 제품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가능한 게 혁신이기 때문이다. 이미 1위에 오른 기업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가만있어도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는 결정을 하기도, 이를 실행에 옮기기도 기업 입장에선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덩치가 커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기존 안마의자 시장에서 ‘예쁜 안마의자’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세라젬의 ‘파우제 M 컬렉션’이 대표적 예다. 세라젬은 이미 안마베드 ‘마스터 V 컬렉션’으로 시장을 평정하고 있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 결과 누적 판매량 9만3000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캐시카우’를 키워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콤팩트 안마의자’ 시장 개척한 세라젬
세라젬은 지난해 5846억원의 매출로 홈 헬스케어 시장 1위였다. 2020년부터 4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실 세라젬은 1999년 세계 최초로 자동 척추 온열기를 개발한 이후 척추 온열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마스터 V 시리즈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43만 대에 달한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디자인 안마의자 ‘파우제 M 컬렉션’을 2020년 세상에 내놨다. 집안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디자인에 집중했고 기본적인 마사지 기능은 살렸다. 이른바 ‘콤팩트 안마의자’라는 새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2020년 4월 출시했는데 그해에만 1만 대 이상 팔렸다. 올해 10월 말까지 누적 판매량은 9만3000여 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더 많은 수치다.
기능도 꾸준히 개선해왔다. 올해 신제품인 파우제 M6에 장착한 직가열 온열 마사지볼은 작동 10분 만에 최대 65도까지 올라간다. 기존의 안마의자 온열 기술은 마사지볼 근처에 열원을 추가하는 간접 가열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온도가 올라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데 착안해 개발한 것이다. 이 밖에도 척추 라인 스캐닝 기술, 상하체 듀얼 리클라이닝 기능 등 다양한 마사지 기능을 더했다. 상체 150도, 하체 80도의 듀얼 리클라이닝 시스템을 적용했고, 신체 무게를 고루 분산하고 마사지 효과를 높이는 무중력 마사지 모드도 구현했다.
○품질 철저히 관리하는 에이스침대
유해물질을 철저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품질 혁신에 나선 기업도 있다. 에이스침대는 인체에 해로운 라돈에 대한 검사를 매트리스 윗면과 아랫면 모두 하고 있다. 공기보다 일곱 배 이상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 라돈의 특성을 고려하면 아랫면까지 검사하는 게 정확하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은 품질에서 출발한다’는 에이스침대의 ‘품질 경영’ 원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라돈뿐 아니라 1급 발암 물질인 폼알데하이드의 함유량, 방출량도 정밀하게 측정한다. ‘에이스 침대공학연구소’ 내에 있는 화학 실험실에서다. 폼알데하이드는 인체에 노출되면 두통이나 천식, 아토피, 새가구증후군 등을 유발하는 위험 물질이다. 침대의 섬유 소재에서 이 성분이 나오는지 함유량을 측정하는 것은 물론 목재류 샘플에서 폼알데하이드 수용액을 검출해 방출량을 계산하는 데시케이터법 등 다방면으로 검사하고 있다. 에이스침대의 매트리스를 구성하는 원단, 폼, MDF(중밀도 섬유판)는 전부 철저한 관리를 통해 폼알데하이드 검출량을 ‘KS 기준치 이하’로 관리한다. 특히 2012년부터 생산된 모든 프레임은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이 0.5㎎/L 이하인 자재만 사용해왔다.
○협력사와 ‘상생’ 나선 홈앤쇼핑
입점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유통업체도 있다. 홈앤쇼핑은 2014년부터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해외 사업을 잘 모르는 기업에 현지 인허가, 통관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수출 지원 사업을 벌여온 것이다. 올 9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인 축제에 참여해 ‘홈앤쇼핑 베스트상품관’을 열고 중기 제품을 현지에 알리는 데 힘썼다.
홈앤쇼핑은 올해 ‘일사천리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처음 시작했다. 처음 홈쇼핑 방송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컨설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1 대 1 상품기획자(MD) 상담회’, 국내외 박람회 참가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우수 중소 협력사에는 ‘목표액 대비 초과이익’을 환급해주는 ‘성과공유제’도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는 판매 효율 부진을 겪은 기업들의 손실 보전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60개 협력사에 1000만원씩 총 6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