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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고, 볼일 급한데…"민자고속道엔 쉴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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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도로를 두 시간 넘게 운전했는데 화장실이 급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지방 출장을 가기 위해 민자도로인 평택파주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강모 씨는 18일 기자에게 “얼마 전에도 도로에서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집이 있는 경기 고양에서 평택까지 40㎞가 넘는 고속도로 구간에 졸음쉼터나 휴게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 고속도로의 20%를 차지하는 민자고속도로는 공공도로에 비해 휴게시설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국 민자고속도로 22개 구간 중 6개 구간엔 휴게소나 졸음쉼터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자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와 달리 민간 사업자가 건설·운영한다. 국토교통부는 민자·재정 고속도로 모두 휴게소 간격이 25㎞를 넘으면 중간에 졸음쉼터나 간이휴게소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파주고속도로 수원~광명 구간(길이 32㎞)엔 휴게시설이 전혀 없는 등 규정을 어긴 곳이 적지 않다.

여러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휴게시설 공백 구간이 50㎞에 이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인천 미추홀구까지 오가려면 안양성남고속도로(민자)와 제2경인고속도로(재정)를 타고 47㎞를 이동해야 한다. 이 구간 역시 휴게소나 졸음쉼터가 없다. 이 노선은 상습 정체 구역이 많아 출퇴근 시간에는 최대 두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민자고속도로에 휴게시설이 드문 것은 비용과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장한별 한국교통연구원 민자도로관리지원센터장은 “수도권에선 도로 주변에 휴게시설 부지를 찾기 힘들고, 휴게소를 운영하더라도 비용 대비 수익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휴게 시설 설치 규정을 위반한 민자사업자에 시정 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장거리·장시간 운전 시엔 졸음운전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휴게시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운전자들이 용변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갓길에 주차하다가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연결 구간을 고려해 고속도로 휴게시설 공백 구간을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지침을 위반한 민자도로에 대해서도 이행을 담보할 각종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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