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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형, 나 못 나가"…캄보디아서 실종된 한국인 근황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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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 후 실종된 한국인 남성 김모 씨(22)의 근황이 전해졌다. 앞서 수원중부경찰서는 김씨에 대한 실종 신고가 접수돼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본지 11월13일자 A26면 참조

태자단지에 감금돼 있다가 지난 9월 말 풀려난 한국인 A씨에 따르면 김씨는 “현재 캄보디아에 있는 게 맞다”며 “나를 안전하게 귀국시켜 줄 사람도 없고 탈출을 시도하다 잘못되면 죽을 수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18일 A씨에게 밝혔다. 김씨는 캄보디아 입국 후 태자단지에 감금돼 있다가, 최근 1시간 거리의 다른 범죄단지로 옮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태자단지는 프놈펜에서 35㎞가량 떨어진 범죄지 집결지로 보이스피싱, 리딩방, 로맨스스캠 등 조직이 활동하는 거점이다.

김씨는 자신이 대포통장 배달책이자 보증인으로 캄보디아에 간 사실도 시인했다. 그는 “수원 남문파 조직원들의 지시로 캄보디아에 왔고 그들이 2억 원가량을 한국에서 가로채는 바람에 강제로 붙잡혀 일하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 한인들과 김씨의 지인들은 김씨가 탈출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다. A씨는 "태자단지에 갇힌 한인들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쓰는 암호가 있는데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A씨에게 “형, 어차피 안 된다(못 나간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씨 외에도 캄보디아에 억류된 추가 한국인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A씨는 “35세 남성 장모 씨 등 내가 태자단지에서 본 감금된 한국인만 5명”이라며 “대부분 취업 사기를 당했거나 검은돈을 벌어보려고 왔다가 채무 문제가 불거져 강제로 붙잡힌 경우”라고 전했다.

탈출한 피해자들은 캄보디아 수사기관과 범죄조직 간의 유착관계로 인해 탈출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태자단지 K동에 살았는데 이곳엔 현지 군인 6명도 함께 살았다"며 "대사관 직원이나 한국 경찰은 단지 내로 들어올 수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군인들은 태자단지의 뒤를 봐주는 조건으로 조직원들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

취업 사기를 당했다가 지난 11일 태자단지에서 탈출했다는 B씨는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휴대전화와 여권, 통장을 모두 빼앗겼다"며 "조선족 조직원들이 '신고해 봤자 소용없으니 안전히 집에 가고 싶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협박했다"고 했다.

한국인 피해자들의 송환을 위해 국내 수사기관의 발 빠른 움직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한국인 납치·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직접 캄보디아를 방문했지만, 억류된 한국인들의 귀국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B씨의 경우 현지 한인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 12일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태자단지에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주는 한국인 조직원 신상을 정확히 기억한다"며 "입국 직후 경찰에 신고했으나 증거가 없어 접수해주기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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