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앱을 이용한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어나면서 계좌번호 또는 금액을 착각해 잘못 송금하는 ‘착오송금’이 증가하고 있다.
계좌 송금 시 ‘8’을 누르려다 키패드상 가까이에 있는 ‘0’을 누르는 계좌번호 입력 실수가 대표적이다. 또 날씨가 더워질수록, 월급날일수록 송금 실수가 많았다. 예금보험공사가 ‘잘못 보낸 돈 되찾기 서비스(착오송금 반환 지원 제도)’ 세부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예보는 2021년 7월부터 잘못 보낸 돈 되찾기 서비스를 시행해 착오송금인이 실수로 잘못 보낸 돈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 9월 말까지 4만2647건(837억원)의 반환 지원 신청 내역을 심사해 1만7375건(254억원)을 확정한 후 지원 절차를 밟았다. 고객이 되찾은 돈은 145억원(1만1676건)에 달했다.
예보가 계좌번호 한 자리를 잘못 눌러 송금한 8659건을 분석한 결과 숫자 ‘8’을 키패드상 가까이에 있는 ‘0’으로 잘못 누른 사례가 가장 많았다. ‘8’ 대신 비슷한 모양인 ‘3’을 누른 경우, ‘7’ 대신 인접 숫자 ‘4’를 누른 경우, ‘6’ 대신 인접 숫자 ‘9’를 누른 경우가 뒤를 이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이체 실수도 늘었다. 최근 3년 8월 평균기온이 29.1도에서 30.8도, 33.0도로 매년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신청 건수 역시 971건, 986건, 133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서 지출이 증가하는 월급날에도 착오송금이 많았다. 기업·기관은 통상 10일·15일(중소기업)과 25일(대기업·공무원)이 월급날이다.
지난 6월 기준 월중 착오송금 발생 일자 상위 1~3위가 10일(1668건), 15일(1514건), 25일(1464건)이었다. 이 밖에 동명이인이나 비슷한 이름을 혼동해 잘못 이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착오송금을 예방하려면 모바일뱅킹 앱 내 계좌정보 목록, 자주 사용하는 금액 버튼 기능을 활용하는 게 좋다. 자주 이체하는 계좌는 번호를 직접 입력하기보다 ‘최근 이체 계좌’ ‘자주 쓰는 계좌’ 등으로 등록하면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송금액에 ‘0’을 추가로 입력하는 것을 막기 위해 5만원, 10만원, 100만원 등 금액 버튼 기능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뱅킹 앱에서는 송금 이력을 확인해 6개월, 2년 등 일정 기간 내 송금 이력이 없는 계좌 또는 같은 날 동일인에게 동일 금액 송금 이력이 있어 중복 이체 가능성이 있는 경우 팝업창으로 안내하고 있다. 따라서 팝업창을 바로 클릭해 지우지 말고 읽은 뒤 ‘확인’을 누르는 것도 방법이다.
착오송금 시 먼저 금융회사를 통해 수취인에게 반환을 요청해야 하며, 신청 대상 금액은 미반환된 5만원 이상~5000만원 이하다. 예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예보 본사 1층 고객도우미실에 방문해 신청할 수도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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