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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날 태어나 똑같은 꿈꾸는 그라피티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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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미국 워싱턴DC 허쉬혼미술관은 50주년 기념전으로 오스제미오스를 집중 조명했다. 그라피티 등 900점이 넘는 작품을 미술관 전체에 펼쳐놓고 30여 년간의 작업 일대기를 훑었다. 비주류 문화로 여겨진 길거리 예술이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미술관을 점령한 순간이었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라는 오스제미오스가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에서 전시회 ‘꿈의 포털’을 열었다. 오스제미오스는 쌍둥이 형제로 이뤄진 작가 듀오의 이름이다. 오스제미오스라는 말 자체가 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이다. 구스타보 판돌포와 오타비오 판돌포는 일란성 쌍둥이로 1974년 브라질에서 태어났다. 이들 형제는 같은 날 같은 꿈을 자주 꾸고, 같은 때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10대 시절부터 함께 상파울루 길거리에서 그라피티 작품을 그려 넣었다.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파울루 그라피티로 주목
이들에게 그라피티는 자아 표출의 수단이자 예술 세계의 근간이다. 판돌포 형제는 “우리의 뿌리는 영원히 그라피티에 있다”며 “그라피티는 성장기 내내 우리를 둘러싼 문화였고 상파울루 도시 전체가 우리의 스튜디오였다”고 했다. 이들은 “그라피티는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질 만큼 오래된 문화”라며 “일부에서 시작한 일탈이 전 세계를 뒤덮어버릴 정도가 됐으니 하위문화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라피티에 뿌리를 둔 작가인 만큼 오스제미오스는 모든 회화를 스프레이 페인팅으로만 그린다. “캔버스 위에 무언가를 그릴 땐 오직 스프레이만 사용합니다. 우리가 그라피티를 시작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굽히지 않고 이어 온 기법이죠.”
“같은 꿈 꾸는 경험 자주 해”
워싱턴을 돌고 서울에 온 오스제미오스가 이번 전시에서 내세운 메시지는 ‘꿈’. 형제가 꾸는 ‘꿈의 공간’을 리만머핀에서 실현하겠다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두 사람은 실제 같은 날, 같은 밤, 같은 꿈을 꾼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잠에서 깨 꿈 이야기를 하면 놀라울 정도로 모든 내용이 일치한 경우도 있었다. 관객에게 이 놀라운 경험을 그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형제의 목표다.

오스제미오스는 여행, 어머니의 이야기 등 일상의 순간에서 영감을 얻는다. 어린 시절 경험과 상상을 결합해 작품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주변의 모든 것에 열려 있었죠. 형에게 그림을 배우고, 자수 예술가인 어머니는 매일 작업을 했어요. 아버지는 밤마다 음악을 들려줬죠.”

힙합과 패션 등에서도 착상한 작품도 많다. 오스제미오스는 “우리는 패션, 음악, 영화, 다른 작가 등 누구에게든 열려 있고, 더 많이 열려 있을수록 영감을 받는 기회가 늘어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리만머핀에서의 전시는 12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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