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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미국에서는 8월생 아이가 ADHD 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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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8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9월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로 진단받고 약을 먹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유는 9월 1일이 입학 기준일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전해 9월 1일에 태어난 아이보다 364일 어리지만, 둘 다 같은 학년이 된다. 초등학교 때 1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와 부모는 같은 학년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기대치를 적용하고, 이는 의사의 진단에도 반영된다.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이라고 할만한 책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두 저자는 경제학적 관점으로,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현상들에 주목한다. 의사의 정치적 성향이 환자의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독감에 더 잘 걸리는지 등이다.

이들이 분석에 사용한 수단은 ‘자연 실험’이다. 학자들은 어떤 현상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통제된 실험을 진행하곤 한다. 신약의 효과를 밝힐 때 많이 하는 무작위 통제 실험(RCT)이 그런 예다. 하지만 RCT는 비용이 많이 든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현실적으로 RCT를 적용하기 힘든 상황도 많다.

그 대안이 자연 실험이다. RCT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때 이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8월에 태어난 아이와 9월에 태어난 아이는 모든 면에서 거의 동일하다. 유일한 차이는 입학 연도다. 이를 활용해 입학 연도가 두 집단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낼 수 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가 독감에 잘 걸리는 이유도 비슷한 방법으로 알아낸다. 어릴 때는 생일 즈음에 병원에 방문해 연례 검진을 받는데, 그때 독감 예방주사를 같이 맞곤 한다. 여름은 독감 예방 접종 시기가 아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생일 즈음에 병원에 가도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가능성이 작고, 그 결과 독감에 더 잘 걸린다는 것이다.

책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쉽게 풀어낸다. 자연 실험이 무엇인지 맛보기용으로 적합하다. 다만 수식이나 통계표 없이 말로 여러 가지 연구 결과를 소개할 뿐이다. 다소 미심쩍은 연구 결과도 보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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