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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아 사랑한다"…지지자들 울리는 이재명의 '편지 정치'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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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고 사랑한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절절한 편지를 선보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편지 정치'가 이번엔 배우자 김혜경씨의 재판을 앞두고 등장했습니다. '가난한 청년 변호사와 귀하게 자란 붉은 원피스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에 지지자들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 부부가 "잔인하고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희생양"이라고 연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약 2시간 앞두고 페이스북에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으로 김씨를 향한 편지를 써서 올렸습니다. "가난한 청년 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라고 시작한 이 편지에는 순진한 김씨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달변'으로 유명한 이 대표. 필력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끼지 못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 해준 반지 꼭 해줄게. 혜경아, 사랑한다."



순애보 같은 이 대표의 러브레터에 지지자들은 눈물을 쏟아냅니다. 이 글에는 약 15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나 왜 울고 있냐", "가슴이 진짜 너덜거리게 아프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검찰에 대한 증오심도 더 깊어지는 분위기였는데요. "나쁜 정치 검찰 놈들 절대 용서하지 말라", "반드시 갚아줄 날 올 것이다", "이런 정권은 처음 봤다" 등 격앙된 반응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이 편지 한 장에 무고한 이 대표 부부가 '정치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지지자들의 인식은 한층 강해진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사랑꾼 이미지까지 얻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 대표는 정치적 고비나 중요한 이슈 때마다 종종 이처럼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구속 기로에 놓였던 지난해 9월, 그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핵심 당원인 대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저 이재명은 동지 여러분과 함께 정권이 파괴한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국민 항쟁의 맨 앞에 서겠다", "어떤 권력도 국민의 승리와 역사의 진보를 막을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습니다.


22대 대선에 도전했을 때는 '이재명을 싫어하시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편지 형식의 영상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었습니다. 소위 '셀프 디스'(자기비판)를 통해 자신을 향한 유권자들의 비호감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가족 문제가 복잡해서 죄송합니다", "이재명은 흠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는 말에, 이때도 지지자들은 "눈물 난다", "끝까지 함께하겠다", "그 상처 우리가 싸매고 같이 간다" 등 열렬한 응원을 보냈습니다.

이 대표의 편지 정치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층 여론 결집 의도"라고 평가했는데요. 이성적이어야 할 정치가 감정에 의해 지배되는 형태로 변질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편지 정치는) 정치 감성화의 전형이자, 아주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이성적 프로세스여야 하는 정치가 감성화되면 지지자들은 상대 진영을 철저히 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가장 중요한 타협은 없어지며 투쟁만 존재하는 형태로 점점 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정치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성이 정치를 지배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치적 상대방은 적이 아닌 파트너가 되고, 정치의 목적이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협상을 통해 모든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며 "이래야만 우리 정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정치생명이 위태로워 졌습니다. 이 대표가 선고받은 징역형의 경우 의원직 상실은 물론 피선거권이 10년이나 제한됩니다. 가장 유력한 야권 차기 대권주자인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겁니다.

이 대표는 즉각 항소하겠다며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다"고 밝혔는데요. 한 민주당 의원도 "완전한 정적 살인"이라고 분개했습니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민주 진영의 대대적인 투쟁은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과 함께 "법원 판결을 뒤집으려는 집단적 불복 행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또 한 번 펜을 들고 편지를 써 올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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