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 안팎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2028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 토지주가 토지와 건물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현물로 출자하면 부동산이 매각돼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늦춰준다.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과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채찍’을 병행해 개발업계 병폐인 ‘저자본·고보증 관행’ 개선에 나선다.
▶본지 9월 4일자 A1, 4면 참조
정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PF는 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국내 PF는 230조원(작년 말 기준) 규모다.
그동안 PF 사업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40%에 달하는 토지비를 고금리 대출로 받고, 은행은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기보다 건설사·신탁사의 보증(책임준공 확약)에 의존해 대출하는 기형적 구조로 이뤄져 왔다.
이번 PF 제도 개선의 핵심은 땅 주인이 토지·건물을 리츠에 현물로 출자하도록 유도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은 개인과 기업이 보유 토지를 PF에 출자할 때 법인세·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내년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과세를 이연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에 용적률과 공공기여 완화 같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사업장은 대출 문턱을 높인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가 PF 대출 때 쌓아야 하는 자본금과 대손충당금 비율을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전문평가기관의 PF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평가 기준과 절차도 마련한다.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시행사를 개발뿐 아니라 운영까지 맡는 종합 디벨로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PF 사업이 고금리 대출 구조에서 자본 투자 방식으로 전환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전국의 PF 사업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PF 통합정보 시스템’도 속도감 있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유오상/강현우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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