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17: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발해인프라펀드)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공모금액을 20% 줄여 공모를 진행한다.
발해인프라펀드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최종 경쟁률은 3.99대 1에 그쳤다. 공모가는 단일가격인 8400원이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국내 기관 38곳, 해외 기관 46곳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 84곳만 참여했다. 참여 기관 가운데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을 약속한 곳은 1곳에 그쳤다.
공모주 시장 위축에 따른 여파가 컸다. 지난달 케이뱅크에 이어 최근 일주일 사이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이 잇따라 수요예측 흥행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중소형주와 대형주, 성장주와 배당주 등 가리지 않고 모두 흥행에 실패한 모습이다.
발해인프라펀드와 주관사 KB증권은 모집 주식 수를 약 2381만주에서 약 1905만주로 20% 줄였다. 구주 매출은 그대로 두고 신주 모집 물량을 줄였다. 인프라펀드 특성상 공모가는 조정할 수 없다. 공모금액은 20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조700억원에서 1조30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시장에서는 흥행 실패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침체한 상황에서 배당주의 매력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일부 운용사는 신대구고속도로 외에 이렇다 할 우량 자산이 없다는 점 때문에 수요예측 참여를 주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기존 주주가 이번 공모 과정에서 보유 지분 일부를 구주 매출하는 상황에서 굳이 그런 자산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일반청약에서도 흥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안정적 배당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기인 만큼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새내기주가 신규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하락하면서 공모주에 대한 인기도 차갑게 식었다.
발해인프라펀드는 2006년 국민은행·국민연금 등 17개의 기관투자가가 1조1900억원을 출자해 조성된 인프라 펀드다. 인프라 펀드는 민자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금을 배당하는 펀드다. KB자산운용이 발해인프라펀드 위탁 운용을 맡고 있다.
오는 18~19일 일반청약을 접수할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며,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이 인수회사다. 이달 말 상장하면 국내 1호 토종 공모 인프라 펀드가 된다.
이번 발해인프라펀드 흥행 실패로 주관사인 KB증권도 평판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2022년 KB스타리츠에 이어 이번 발해인프라펀드 등 KB금융그룹 차원의 펀드 공모가 잇따라 흥행에 실패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츠 공모주에서의 손실 경험이 흥행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연이은 공모철회 분위기속 기관수요 확보에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어 향후 청약흥행과 주가흐름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