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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면세점…빅4, 일제히 적자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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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정상 자리에 올랐던 한국 면세점산업이 혹한기를 맞았다. 국내 점유율 1위인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 등 ‘빅4’가 올 3분기 모두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4년간 적용된 면세점 특허수수료 50% 감경 혜택도 올해 끝나는 만큼 향후 적자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14일 호텔롯데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3분기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동기보다 손실 폭이 362억원 커지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7994억원으로 1년 전보다 8% 늘었다. 앞서 발표된 신라면세점(-387억원), 신세계디에프(-162억원), 현대면세점(-80억원)도 모두 적자를 봤다. 주요 면세점 4개사가 일제히 영업손실을 낸 건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진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 악화에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적자가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감경 혜택이 올해부터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면세점 이익에 사회 환원을 위해 부과하는 이 수수료는 매출의 0.1~1% 수준으로 책정된다. 팬데믹으로 업황이 악화하자 지난 4년간 수수료의 절반을 깎아줘 면세점들은 매년 수백억원씩 비용을 절감했다. 하지만 올해치 수수료는 감경 혜택 없이 100%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납부 기한은 내년 3월까지다.

공항 임대료가 오른 것도 면세업계에는 부담이다. 특히 주요 사업장인 인천공항 임대료가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을 제외한 3사가 인천공항에 입점했다. 원래 인천공항은 고정 임대료 방식을 채택했는데 2022년부터 여객 수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많을수록 임대료가 높아지는데, 올해 여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출국하는 여객(3528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3사가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는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그동안은 인천공항 확장 공사 등으로 임시 매장을 운영해 매출과 연동한 임대료를 냈지만, 정식 매장이 문을 연 뒤로는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여객 증가가 꼭 면세점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환율과 중국 내수 침체로 면세점업계 큰손인 중국 보따리상이 줄고, 단체에서 개별 여행객으로 여행의 흐름이 바뀌어 면세점 쇼핑 수요가 감소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1년 266만4000원에 달했던 면세점 객단가는 올 상반기 53만5000원으로 낮아졌다. 자연스럽게 재고 부담도 늘었다. 면세품은 보통 현금으로 매입한 후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재고로 쌓이면 헐값에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면세점 사업을 키우고 있다는 점도 국내 면세업계에는 악재다. 중국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하이난성 등에 시내 면세점을 확대하고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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