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김호중(32) 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김천시는 '김호중 소리길' 철거를 현시점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천시 관계자는 13일 한경닷컴에 "오늘 재판 결과에 따라서 추후 논의해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면서 "지금 철거할지 말지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이날 재판 결과로 '김호중 소리길' 철거설이 나온 가운데, 관련 논란을 일축한 것이다.
'김호중 소리길'은 김호중이 2020년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4위에 오르며 스타가 되자 김천시가 이듬해인 2021년 2억원을 들여 조성됐다.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술고등학교에서부터 연화지까지의 골목에 만들어진 관광 특화 거리다.
해당 길은 김 씨 팬카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며졌으며 조형물, 벽화 거리, 포토존 등이 들어서 있다. 약 100m 길이의 골목은 김호중의 팬카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꾸며졌으며, 그의 벽화와 노랫말이 곳곳에 적혀 있다. 지난해에는 최소 10만명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김천시 입장에서도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김씨가 구속되자 해당 길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김천시에 빗발치는 일이 있었다. "범죄자를 옹호하거나 묵인하는 행동은 범죄자와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하루 빨리 김호중의 그림자를 지우기 바란다" 등 여론이 폭발한 것이다. 김호중과 관련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김호중 소리길을 지속하면 김천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김호중 팬덤'이 굳건한 가운데 철거할 시 팬덤과의 갈등도 예고돼 있고, 추가 세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현재 이를 대체할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씨의 일부 팬들은 지난 5월 "김호중 소리길은 황량했던 골목길을 번듯한 여행 명소로 둔갑시켰고, 곳곳에 숨은 관광자원들을 찾아내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갔다. 팬들은 김호중 소리길을 통해 김호중의 발자취를 느끼며, 많은 영감을 얻고 위안받았다"면서 "철거는 시기상조"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나고,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시킨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로 구속기소 된 바 있다.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던 김씨는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도 적용해 김씨를 검찰에 넘겼지만 기소 단계에서는 빠졌다. 역추산만으로는 음주 수치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