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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기대 하고 오면 망하는데"…'멜리에스 일루션'에서 이은결을 지운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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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시길 바랐습니다. "

'마술사'가 아닌 '일루셔니스타'를 자처하는 이은결이 완전히 새로운 공연을 선보였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은결은 1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멜리에스 일루션' 인터뷰에서 "시각 예술인 영화와 상호작용인 공연을 합했다"며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 이름을 보고 오해하고 오실 거 같아서, 그래서 이름을 내걸지 않았다"며 "미디어에서 소비된 제 이미지와는 다른 거지만, 대중들이 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은결은 이어 "아직 간극은 있지만, 다양한 대중이 있는데 그분들이 봤을 때 어떻게 흥미로울지 고민했고, 이 작품도 아무런 기대, 생각 없이 무방비로 오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마술과 영화에 담긴 환상, 환영, 착각과 착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마술사이자 영화감독인 조르주 멜리에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은결의 오마주로 연극과 마술, 영상과 마임, 가면극이 결합한 복합 공연이다.

멜리에스는 19세기 말, 영화가 새로운 매체로 등장하던 시기에 영화 속에 상상력을 담아낸 인물이다. 이중노출,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 등의 편집 기법을 처음 도입하면서 환상과 비현실의 세계, 말 그대로 '일루션'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계 최초의 SF영화로 기록된 '달세계 여행'도 그의 작품이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다. 무대 위에서 6명의 퍼포머가 등장하고, 퍼포머들이 무대 위에 아날로그 장치와 마술적 트릭들을 이용해 멜리에스가 도입한 다양한 영화적 특수 효과들을 재현해 낸다.

이은결은 "마술보다 확장된 세계가 일루션"이라며 "마술은 놀라움과 스펙터클, 신기함을 전하는 장르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장르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멜리에스 일루션'은 "일루션이란 세계관 안에서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은결은 "마술이 가진 폐쇄성이 있다"며 "결과 중심이고, 과정을 드러낼 수 없고, 휘발성이 높다"는 견해를 전하면서 "마술을 오랫동안 분석하고, 이걸 토대로 최고의 수준을 만들기 위해 공연을 선보였다면 결국 정점에 가서 두 갈래로 나뉘더라. 하나는 초월주의를 담은 신비주의를 준 형태, 그 시대에 맞는 미스터리한 지점을 찾아 새로운 가상을 전해주는 거다. 또 다른 하나는 표현주의, 형식주의라고 하는데 이건 초월주의를 해체하는 형태에 가깝다. 저는 후자를 추구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저라는 사람이 조금 더 방향성을 갖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다"며 "예전부터 '신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 오글거림, 거부감이 있어서 더욱 코믹한 마술을 했고, 더욱 해체하는 형태를 해왔다"고 '일루션'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마술의 관습적인 주문 행위에 질문을 던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건 연출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때부터 제 공연의 성격이 바뀌었고, 이전엔 신비함을 중시했다면 저는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은결은 2009년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공통적 관심으로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와 의기투합해 영화와 마술이 결합한 '시네매지션'이라는 공연을 선보였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2016년 처음 공연됐고, 쇼케이스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쳐 지속해서 발전돼 왔다. 이번에 선보여지는 공연은 구성과 미술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이다.

이은결은 "이 작품의 시작은 2004년이고, 이후에 2015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선보여지면서 공연의 기본 구조와 콘셉트가 나왔다"며 "이후 작품을 계속 발전시켰고, 코로나19로 아무 것도 못 한 시기에 정말 많은 것들을 만들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제 이름을 쓰지 않았다"며 "제 이름이 가진 맥락이 이 작품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은결은 "처음에는 멜리에스의 초기 작품을 모티브로 제 방식대로 해석해서 변형하고, 음악적인 톤앤 매너는 무성영화 방식이었다"며 "이후 피드백하고, 왜 시작했을지를 고민했을 때 재현이 아닌 재창조가 되길 바랐고, 실제로 영화에 나온 달에 눈에 박힌 대포알은 망원경으로 바꿨고, 하나의 사물이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은 마술로 시작한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며 "결국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완성하는 구조로 완성을 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은결은 또 "저의 문법으로 기존에 없었던 욕망으로 시작됐다"며 "그래서 제 이름을 내놓지 않고 작품을 해왔다. 그렇게 오랫동안 배양의 시간을 가졌다"고 '멜리에스 일루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술로 정점을 찍어서 이상을 찾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은결은 "순수하게 창작자로서 갖는 욕망"이라며 "창작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없는 걸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지 새로운 시대를 많이 했는데, 마술이라는 틀 안에서는 새롭지 않을 수 있다"며 "마술을 보려고 한다면 실패다. 제가 할 수 있는 기술적인 것과 노하우를 쏟으려고 만든 공연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출연하지 않아도 되는 공연을 하고 싶어 이걸 만들게 됐다"며 "제가 나오지만,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아무도 제가 누군지 모른다. 제가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공연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외에도 출품하고, 저 없이 공연을 올리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또 "제가 이 공연 관람 연령을 중학생 이상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부모님들이 '마술쇼 보러가자'하고 왔다가 아이들이 실망할까 봐 그랬다"며 "일반 대중들은 재밌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은결이란 이름이 걸림돌이 될 거 같다"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멜리에스는 영화의 편집 기술을 이용해 시간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는데, 이은결은 무대 위에서 아날로그 장치를 이용해 그런 환상을 현실로 표현했다. 멜리에스의 상상 속 이야기가 무대 위 현실과 만나고, 영화라는 시간 예술과 연극이라는 순간 예술이 상호작용하며 다차원적인 영화를 만들어낸다.

이은결은 '멜리에스 일루션'에 대해 "시네퍼포먼스"라고 장르를 소개하며 "굉장히 생소할 수 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건 새로운 일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은결은 또 "저의 롤모델은 데이빗 커퍼필드였다"며 "제가 그분을 좋아한 이유는 드라마적인 영화적인 표현 때문이었다. 짧은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그걸 보면서 마술에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리얼리즘, 현실에 기반한 그런 마술로 방향성이 바뀌고, 그때 제가 또 고민했던 거 같다"며 "나도 거리에 나가서 창문을 통과하는 게 맞나 싶고, 그런데 그것도 따라가는 거 같더라. 그래서 저의 방식대로 마술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뭘 할 수 있을지를 30대엔 그것만 고민하고, 그 실험만 계속 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롭게, 신기하게 하려면 더 그렇게 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다"며 "그런데 이 공연에서는 그게 중요하지 않고, 그래서 그런 장치들을 모두 빼버렸다"고 덧붙였다.

또 "이게 오픈 소스로 해서 또 모방하고, 재조립하고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그 결과물이 궁금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일종의 프로젝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한편 '멜리에스 일루션'은 지난 9일 상연을 시작해 오는 17일까지 선보여진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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