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2일 15: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DL그룹이 글래드 호텔 세 곳을 묶어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격은 6500억원 안팎이다. 그룹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통매각을 마무리하면 DL그룹은 호텔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글래드 호텔 세 곳의 매각을 위해 이달 말 대체투자 자산운용사, 호텔 사업자 등 잠재 매수인으로부터 가격 등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DL은 제안서를 검토해 협의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매각 자문사 없이 물밑에서 딜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메종 글래드 제주 등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전체 호텔 자산 세 곳이다. DL은 부동산 자산과 함께 호텔 영업권, 글래드 브랜드 등을 포함해 다양하게 제안 받기로 했다. 아울러 DL이 소유하지 않고 운영만 맡고 있는 글래드 마포의 운영권도 매각 테이블에 올라 있다. DL그룹은 호텔 자산과 영업권 전체를 패키지로 묶어 최대한 높은 가격에 팔기를 희망하고 있다.
호텔 자산 패키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 가격은 총 6500억원에 달한다. 객실수가 가장 많은 메종 글래드 제주는 25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메종 글래드 제주는 513개 객실을 보유한 제주 내 대형 호텔이다. 제주 대표 관광 호텔인 제주 그랜드 호텔을 2015년 리뉴얼했다. 나머지 글래드 여의도(319개 객실),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282개 객실) 자산도 서울 주요 상업지구 내 알짜 비즈니스 호텔로 꼽힌다. 글래드 여의도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자산이다. 강남 코엑스센터도 삼성역 인근에 위치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
이들 자산을 보유한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1977년 삼호(현 DL건설)가 설립한 오라관광을 모태로 하는 회사다. 오라관광은 1979년 오라컨트리클럽 개장, 1981년 제주 그랜드호텔을 개관하면서 호텔 및 골프장 사업을 운영하다 1986년 삼호그룹과 함께 DL그룹에 편입됐다.
DL그룹 내에서 호텔 사업은 비주력 사업으로 꼽혀왔다. 2014년 글래드 브랜드를 개설해 사업을 확장해오다 코로나19를 전후로 시각이 바뀌었다.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면서 언제든 시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직감한 뒤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글래드 라이브 강남을 티마크에 매각하고 HIEX을지호텔, 항공우주호텔 등의 운영권을 넘겼다. 이번 자산 매각으로 건설, 화학, 에너지 등 주력 사업에 쓸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DL그룹이 현 시점을 호텔 자산 매각의 적기로 본 것은 호텔 사업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 때 영업손실 20억원을 내며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 매출 1047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에도 영업이익 84억원을 거두며 전 분기 대비 31.3% 증가세를 보였다. 스타일로프트에 따르면 서울 지역 관광호텔의 객실점유율(OCC)은 지난 8월 기준 80.8%로 전년 동기 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일평균 객실단가는 20만5461원으로 14.2% 올랐다.
매물로 내놓은 자산을 모두 매각하게 되면 DL그룹은 사실상 호텔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남게 되는 글래드 호텔 자산이 없게 된다. 분리 매각도 열어두고 딜을 진행하고 있으나 높은 가격을 제안해야 해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DL그룹이 글래드호텔앤리조트 회사 전체를 매각하지 않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골프장인 오라CC를 매각하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라CC는 제주시 오라이동에 위치한 36홀 골프장이다. 골프존카운티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DL그룹 관계자는 “호텔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