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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주목되는 트럼프 2기 '정부효율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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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또다시 경제 이슈가 승패를 갈랐다. 인플레이션에 지친 유권자들은 최근 경제지표 추이보다 줄어든 실질소득을 보전할 희망을 준 후보를 택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경제 공약으로 감세·관세·이민 제한·규제 혁파를 명료하게 내걸었다. 일부 논리적 모순에도 이 전략은 통했다. 한국은 이 중에서 관세는 물론 규제 개혁에 주목해야 한다. 혁신적 기업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성위원회를 이끌 예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 스페이스X를 포함해 6개 기업을 이끌며 X(옛 트위터)의 개인정보보호,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우주선 로켓 및 저궤도 진입 제한 등에서 정부 규제와 각종 조사를 받으며 과도한 관료주의를 비판해온 인물이다.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규제 철폐를 기획할 정부효율성위원회 신설과 머스크의 위원장 내정이 갖는 의미는 ‘작은 정부’(민간의 자율)와 ‘생산성’(혁신) 두 개념으로 요약된다.

첫째,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는 경제정책의 영원한 논쟁 주제다. 민간에 지나친 자율을 허용했을 때의 부작용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드러났고, 정부의 지나친 경제 간섭의 위험은 1970년대 선진국 불황, 1980년대 중남미 경제 추락, 1990년대 소련 등 사회주의권 붕괴로 나타났다. 각국의 경제정책도 대공황 이후 ‘큰 정부’와 ‘작은 정부’가 번갈아 시도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다시 정부 주도의 복지·산업정책(큰 정부)이 등장했다.

미국도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에너지부, 환경보호국, 주택도시개발부 등 주요 부처 인력이 급증해 규제가 늘고 기업 비용도 커졌다. 트럼프 2기는 급격히 작은 정부로 선회할 조짐이다. 트럼프는 석유·액화천연가스업계에 대한 규제, 은행 보고 요건, 합병 규제 등을 완화함으로써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물가를 잡는 성장 공식을 갖고 있다.

둘째, 생산성과 효율성은 경제개발 이론의 핵심이다. 중소득 국가의 고소득군 진입 한계를 설명한 생산성 정체 이론은 최근 선진국에도 적용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회주의 국가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던 것처럼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생산성 정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선진국 함정’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즉 생산성 정체, 인구구조 변화, 높은 부채 수준 등이 그 특징으로 일본은 지난 30년간 저성장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캐나다도 생산성 저하로 경제 활력이 약화됐다. 트럼프는 유세 중 연방정부의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정보 공유 요구와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투명성 요구 등이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소 무모해 보이나 이는 정부가 차지한 많은 공간을 민간의 경쟁과 혁신이 대신케 해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다른 국가와의 격차를 더 벌려놓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지만, 머스크 영입만으로도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다. 한국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종합혁신지수에서 상위권임에도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생산성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와 높은 기술력 덕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으나 규제 개혁과 생산성 향상은 오랜 숙제로 남아 있다. 그간 여러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치고 경제 단체들도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일선 현장 경험이 없는 이들의 손에서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는 무리한 규제로 혁신동력이 저해돼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국제 경쟁력 약화를 낳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 억제와 성장 촉진을 위해 각국이 수요 측면의 금리정책만 손댈 것이 아니라 생산 비용을 줄이는 공급 측면의 정책을 펼 것을 권고했다. 월터 러셀 미드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가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통치 불가능한 사회의 활력이었다”고 쓴 구절이 인상 깊다. 규제 개혁은 단순한 규제 철폐가 아니라 혁신을 촉진해 기업 비용을 줄임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경기 둔화에 직면한 한국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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