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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美 바이오텍과 '10조 항암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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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중 오픈이노베이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한독이 세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와 제약사 간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 성과를 낸 한독이 컴퍼스테라퓨틱스 등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와 손잡고 연구개발(R&D)을 확장하면서다. 글로벌 신약 개발 네트워크 구축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담도암 치료제 2026년 출시 목표
11일 서울 강남구 한독 본사에서 만난 토머스 슈츠 컴퍼스테라퓨틱스 대표는 “담도암 치료제(CTX-009)의 임상 2·3상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컴퍼스테라퓨틱스는 2019년부터 한독, 에이비엘바이오 등과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고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슈츠 대표는 “로슈의 아바스틴보다 시장성이 뛰어난 신약이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항암제인 아바스틴은 특허가 만료되기 전 10조원(2019년 기준)에 가까운 연매출을 올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그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CTX-009가 아바스틴보다 더 많은 암종에서 약효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해서다. 전임상 및 초기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이 물질은 담도암 외에도 대장암, 위암, 담관암, 췌장암, 비소세포폐암 등에서 효과가 있다.

담도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5년 생존율이 20%에 못 미칠 만큼 치료가 까다로운 암종이다.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로 CTX-009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FDA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신속한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독과 컴퍼스테라퓨틱스는 이르면 2026년 이 치료제를 국내와 미국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CTX-009는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해 한독에 국내 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한 담도암 치료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바이오벤처 트리거테라퓨틱스에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이후 이 회사가 컴퍼스테라퓨틱스에 인수되면서 두 회사는 담도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 통해 경쟁력 강화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독이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은 약 20년 전이다. 지난 50년간 독일 제약사 훽스트(현 프랑스 사노피)와 합작 관계로 수입 의약품 판매 등에 집중해 왔는데 2006년부터 협력을 유지하며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한독은 신약 개발 후발 주자로서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망한 기술력을 갖춘 제약·바이오 기업과 협력해 신약 개발 기간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2007년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였던 제넥신과 혈우병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 것이 첫 협력 사례다. 한독은 2012년 약 330억원을 투입해 제넥신 최대주주가 됐다. 2015년에는 제넥신과 공동 개발한 지속형 성장호르몬을 중국 타스젠(현 아이맵)에 28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2021년 CMG제약과 개발한 표적항암제를 싱가포르 AUM바이오사이언스에 1934억원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도 냈다. 한독은 엔비포스텍, 웰트 등 의료기기 업체와도 협력을 지속하며 신약 개발뿐 아니라 의료 기기와 디지털 치료 기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영진 회장은 “환자를 위한 혁신 신약을 개발하자는 뜻이 맞아 컴퍼스테라퓨틱스와 협업하게 됐다”며 “여러 글로벌 협력사와 희소질환, 대사질환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구축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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