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침체)에도 잇따라 조(兆) 단위 배터리 수주를 따내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와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지름 46㎜짜리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 고전압 미드니켈 삼원계 배터리 등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는 올 들어서만 1조원 이상 대형 수주 계약을 5건 따냈다. 지난 8일에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회사 리비안과 67GWh 규모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름 46㎜, 높이 95㎜인 이 배터리는 현재 주력인 2170(지름 21㎜, 높이 70㎜)보다 에너지 용량이 다섯 배나 크다는 점에서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수주 금액은 8조~9조원으로 알려졌다. LG는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와도 6조~7조원 규모의 46시리즈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포드와는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역시 신기술이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가장 비싼 니켈 비중을 낮춰 생산 비용을 줄인 게 특징이다. 계약 금액은 13조~15조원으로 추정된다. LG는 이 밖에 올해 프랑스 르노, 일본 이스즈자동차 등과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ESS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에 4.8GWh 규모의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지난 5월 맺은 게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태양광발전 및 ESS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대형 ESS 프로젝트들을 따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는 신규 수주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는 “2차전지 같은 첨단 테크 분야는 전통산업과 달리 신기술 보유 업체가 수주를 독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술 투자-수주 확대-수익성 개선-기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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