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의 정보기술(IT) 소재 계열사 이수페타시스가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사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제이오를 3000억원에 인수한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CNT를 선점하려는 행보다. 다만 인수대금 전액을 주주들로부터 유상증자로 충당하기로 해 주식가치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강득주 대표가 보유 중인 지분 28.32% 가운데 18.1%(575만 주)를 주당 2만7500원, 총 158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8일 종가(2만600원)에 34%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동시에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에 1416억원을 투입한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996억원의 신주를 받는 동시에 4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할 예정이다. 인수에 투입된 전체 금액은 2998억원이다.
1994년 설립된 제이오는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2차전지용 CNT 양산에 성공한 업체다. CNT는 2차전지 배터리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전기,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 역할을 한다. 회사는 연 1000t의 CNT를 생산하고 있고 내년 3000t까지 생산량을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2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밸류체인을 내재화할 계획이다. 폭발 위험이 적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선 도전재인 CNT가 필수 소재로 꼽힌다. 이수그룹은 계열사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 생산에도 나서며 그룹 차원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소재 생산망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수페타시스 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5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로 인수금액 전액을 마련하기로 하면서다. 조달금액 가운데 2998억원을 제이오 인수에, 나머지는 시설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수페타시스가 지난 8일 오전 9시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정했음에도 ‘올빼미 공시’를 통해 이를 알린 점도 논란거리다. 제이오 인수를 시간 외 거래 시간인 오후 5시47분께 공시한 데 이어 유상증자 소식을 시간 외 거래가 끝난 오후 6시44분에야 공시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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