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중식 프랜차이즈 ‘홍콩반점’이 문을 열었다. 유럽 1호 가맹점이다. 지난 8일 오후 6시쯤 찾은 이 식당 앞엔 30여 명이 길게 줄 서 있었다. 20분째 기다리던 미카엘 보만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를 보고 한국식 중화요리에 호기심이 생겨 퇴근하자마자 서둘러 찾아왔다”고 했다.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하루 다섯 시간만 운영하는 이 식당은 주중 200여 명, 주말엔 400여 명이 찾는다. 주말 저녁엔 대기 시간이 두 시간에 이르기도 한다. 외국인과 한국인 손님 비율은 7 대 3 정도다. 점주 김건동 씨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0만 명이 넘는 영국인 인플루언서가 다녀간 뒤로 외국인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메뉴는 13유로짜리 짜장면과 짬뽕(16유로), 탕수육(19유로) 등 아홉 가지다. 암스테르담의 일본 라멘집에서 파는 라멘이 18~20유로인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싼 편이다. 암스테르담 인근 로테르담에서 5년간 한식당을 한 김씨는 “한국 드라마를 본 젊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암스테르담 차이나타운 중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식 중화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내년에 암스테르담에 2호점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암스테르담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은 10개가 채 안 된다. 나머지는 중국인이나 베트남인이 차린 한식집이다. 이런 식당은 맛과 레시피에서 ‘100% 한식당’이라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한식당 ‘한국관’ 관계자는 “구글 후기를 통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집인지 확인한 뒤 찾아오는 현지인도 많다”고 말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한식은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00여 곳이던 파리 한식당은 올해 들어 300곳을 넘어섰다. 2015년 파리 마레 지구에 문을 연 고깃집 ‘순그릴마레’는 월 매출이 창업 초기 11만~12만유로에서 요즘 18만~20만유로로 뛰었다. 단순히 식당을 찾는 사람만 늘어난 게 아니다. 한국 식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안민희 순그릴마레 이사는 “유럽산 소고기 대신 한우를 달라는 손님도 더러 있고, 소갈비를 시켜 먹으면서 ‘생일인데 미역국을 줄 수 있느냐’고 묻는 30대 여성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암스테르담·파리=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