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이 주름 개선부터 체형 교정 시술까지 폭넓게 활용되면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보톡스 사용이 늘면서 시술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거나 효능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내성을 일으키지 않는 기술이 보툴리눔톡신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35년 역사, 다양한 치료와 미용에 활용
보툴리눔톡신은 신경독소의 일종이다.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 이 원리를 활용해 1989년 미국에서 안과 질환을 적응증으로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 2002년 미용 목적(미간 사이 주름 개선)으로 승인되면서 보툴리눔톡신 시장이 급팽창하기 시작했다.보툴리눔톡신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요통, 과민성 방광증, 요실금, 만성 편두통 등의 치료에 사용된다. 얼굴 주름 개선은 물론 근육질 종아리, 두꺼운 승모근, 팔뚝 살 등 체형 교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S인사이더에 따르면 세계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지난해 96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서 2032년 21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보톡스 내성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위원회(ASCEND)는 지난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간담회를 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툴리눔톡신의 내성 탐구’를 논의했다. ASCEND는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세계 전문가가 모인 다학제 기구다.ASCEND는 한국 등 아·태 9개국 보툴리눔톡신 시술자 25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에서 보툴리눔톡신 효과 감소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81%였다. 2018년 69%이던 이 비율이 6년 만에 12%포인트 높아졌다. 보툴리눔톡신 효과 감소는 내성 발생을 보여주는 주요 증상이다.
ASCEND에 한국 대표 전문가로 참여한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 대표원장은 “내성이 생기면 다른 보툴리눔톡신 제품으로 바꿔도 소용이 없다”며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수년 동안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성 유발 성분 없는 제품은 두 개뿐
보툴리눔톡신 내성은 중화항체가 형성되면서 발생한다. 고용량 보툴리눔톡신을 다빈도로 주입할수록 중화항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보툴리눔톡신 중화항체는 복합단백질 때문에 생긴다. 제품 효능과 무관한 일종의 불순물이다. 보툴리눔톡신 제조 과정에서 제거할 수 있지만 대다수 제품에 포함돼 있다.ASCEND에서 전문가들은 중화항체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복합단백질이 없는 제품 사용을 권고했다. 독일 면역학자 마이클 마틴은 “중화항체가 없더라도 꾸준히 시술받으면 언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애초에 복합단백질이 없는 제품을 사용해 중화항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품목허가 받은 17개 보툴리눔톡신 제품 가운데 복합단백질이 없는 제품은 독일 멀츠의 제오민과 한국 메디톡스의 코어톡스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오민과 코어톡스는 뉴로톡신으로만 구성돼 내성 가능성을 현저히 낮춰준다”고 했다.
하노이=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