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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부, TSMC에 "중국 고객사들에 첨단 칩 판매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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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대만 TSMC에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출하 중단을 명령했다. 2022년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셋에 TSMC의 반도체가 들어간 게 확인되면서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AI 가속기나 그래픽처리장치(GPU) 가동에 사용되는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 제한을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고 전했다. '정보 제공' 서한이라 불리는 상무부의 공문은 특정 기업에 신규 허가 조건을 신속하게 부과하는 공문으로, 복잡한 규정 제정 과정을 우회할 수 있게 한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매체 이지웨이의 보도를 인용해 "TSMC가 오는 11일부터 중국 고객사들에 7㎚ 이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TSMC가 미국 정부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중국 출하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무부는 보도 내용에 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TSMC는 "수출 통제를 포함해 모든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앞서 지난달 캐나다 반도체시장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의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2022년 출시된 어센드 910B는 중국 기업에서 내놓은 최첨단 AI 칩셋이다. 테크인사이트의 분석은 미 정부의 대(對)중국 제재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를 낳았다. 미 정부는 2020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고, 대부분 미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TSMC도 당시 이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TSMC의 자체 조사 결과 중국 샤먼의 반도체 설계회사 소프고의 주문에 따라 공급한 7㎚ 반도체가 화웨이로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됐다. 화웨이가 제재 대상이 아닌 중국 회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TSMC에 몰래 주문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TSMC는 소프고와의 거래를 끊었었다. 이날 보도된대로 상무부의 명령을 따르게 되면 TSMC는 중국 고객사들에 당분간 납품을 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TSMC의 올해 3분기 기준 매출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1% 가량이다. TSMC의 10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2% 증가한 98억 달러였다. TSMC에 가까운 소식통은 "이번 제한 조치가 TSMC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신뢰할 수 없거나 비협조적인 회사로 지목되는 것을 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한 바 있다. 현재 TSMC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받기로 한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 등과 관련한 협상 속도를 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여러 업체를 대상으로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다른 회사들에서도 화웨이로의 '반도체 빼돌리기'가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TSMC의 통제 강화로 인해 알리바바, 바이두 같은 중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들 기업이 AI 클라우드를 위한 반도체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으며, 점점 더 많은 중국 AI칩 설계 스타트업들이 TSMC에 제조를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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