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 사고 원인으로 평소보다 많았던 어획량이 꼽히고 있다.
9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구조된 금성호 선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회에 잡을 양을 한 번에 잡았다"며 평소보다 어획량이 많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이어졌다. 해경은 이를 바탕으로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으로 오선의 복원력 상실이 침몰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성호는 주로 고등어와 삼치 등을 잡는 대형선망어선으로 알려졌다. 대형선망은 본선 1척,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이 선단을 이뤄 조업하는데 침몰한 금성호는 이 중 본선이었다.
사고 당시 금성호는 고등어 등을 잡아 우현 쪽에 그물을 모아둔 상태였고, 오른쪽으로 전복되면서 침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원들은 운반선에서 1차로 어획물을 옮기고, 이후 운반선이 오기 전에 순간적으로 배가 뒤집혀 사고가 났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반선에 1차로 옮긴 어획물이 1만상자 정도라는 진술도 있었다. 어획물 한 상자가 20kg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첫 운반선이 싣고간 양만 200t 정도로 추산된다. 그 후 다른 운반선을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총어획량은 그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아직 정확한 어획량을 산출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물을 배 우측에 묶어놓고, 그 안에 물고기를 넣어둔 상황에서 운반선이 와서 어획물을 이적하고 난 후 배가 쓰러졌다면, 물고기 무게가 침몰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기에 살펴본다는 취지다.
더불어 이는 사고 선박에서 구조된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한 만큼, 추후 운반선 등 다른 선단선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후 선체를 인양한 뒤 구조적 결함 등도 살펴볼 예정이다.
제주어선안전조업국 시스템에 따르면 금성호의 위치 신호는 전날 오전 4시 12분에 사라졌다. 이후 19분 뒤인 오전 4시31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금성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다른 선단 어선의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사고 직후 주변에 있던 같은 선단 어선 2척이 금성호 선원 27명 중 15명(한국인 6·인도네시아인 9)을 구조했지만, 이 가운데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던 한국인 A씨(57)와 B씨(54)는 당일 숨졌다. 선장 C씨(59) 등 나머지 선원 12명(한국인 10·인도네시아인 2)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2019년 11월 19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대성호(29톤) 화재사고 때(사망 3·실종 9) 보다도 인명피해가 심각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