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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다' 해놓고 뒤에선 채무재조정 준비"…'악셀 사태' 키운 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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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1월 11일 16: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 대주단이 '악셀그룹 사태'에서 분노한 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성의 없는 대응 방식에 있었다고 한다. 유럽 1위 자전거 회사인 악셀을 인수한 KKR은 '폭탄 재고'로 실적 우려가 커졌을 때에도, 채무불이행 우려가 제기될 때에도 "회사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에선 안심시키면서 뒤에선 법률과 재무자문을 받으며 채무재조정을 준비했다는 게 대주단 얘기다. 양측의 신뢰가 깨진 배경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10여곳은 악셀 대주주인 영국 KKR이 지난달 말 제시한 채무재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채무재조정안을 KKR 측에 발송했다. 최선순위 대주단을 새로 꾸리는 레스큐 파이낸싱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와 함께 대출 탕감 비율과 출자전환 규모에 대한 마지노선 숫자를 제시했다. 현재 레스큐 파이낸싱엔 글로벌 NPL(부실채권) 기관을 주축으로 일부만 참여한 상황이다.

채무재조정은 대주단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현재 KKR에 대한 대주단의 반감이 거세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주주의 희생 없이 대주단만 고통을 분담하는 구조를 제시했던데다 안이한 대응 방식으로 더욱 반발을 키웠다.

회사 재무사정에 대한 대주단의 우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매출이 전년보다 10% 줄었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0% 급감했다. S&P도 채무불이행 사태를 우려하며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낮췄다. 올초엔 '폭탄 재고'도 이슈였다. 대주단은 악셀그룹뿐 아니라 글로벌 자전거 회사 모두 'ESG 열풍'이 식으면서 판매가 부진해진 데 따른 업계 침체를 우려했다. 그때마다 KKR과 악셀 측은 "회사 경영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주단 사이 본격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건 7월경이었다. KKR이 악셀그룹 채무재조정을 검토하기 위해 법무법인과 재무자문사를 선임했다는 외신이 보도되면서다. 놀란 대주단이 입장 표명을 요청하자 KKR은 회사 유동성을 체크하기 위한 통상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대주단을 안심시켰다.

몇 주가 흐른 뒤 KKR은 돌변했다. 데이터룸(VDR)을 통해 "우린 이제 채무재조정에 들어간다"는 한 쪽짜리 공지문을 발표했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회사 재무 상황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던 KKR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며 "법무법인과 재무자문사를 통해 대주주 희생 없는 채무재조정안을 구상하고 법적 문제도 사전에 검토받은 뒤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대주단은 즉각 집단 항의에 나섰지만 재무자문사나 법무법인과 얘기하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영국 KKR 측은 현재까지도 대주단과 직접 소통을 피하고 있다. 채무재조정 논의를 위해 글로벌 대주단 그룹을 만들었지만 모든 대주단이 소속되진 못하면서 '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내의 경우 주선을 맡은 신한투자증권과 일부 금융사만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KKR과는 별개 조직이지만 주선사인 신한투자증권을 연결해준 KKR 한국법인의 태도도 공분을 사고 있다. 악셀그룹의 국내 인수금융은 KKR 한국법인 내에서 펀딩을 담당하는 부서인 KCM(KKR Capital Market)에서 주선했다. 다른 대주단 담당자는 "거래를 주선한 KCM마저 적극적으로 소명하지도 않고 질의를 해도 '모른다'는 식으로 일관했다"며 "일방적인 채무재조정안도 불만이지만 기본적으로 KKR의 무책임한 대응이 더 큰 공분을 샀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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