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뇌관’ 지방부채 해결에 총력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가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폐막했다. 이날 전인대 상무위는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10조위안에 가까운 재정을 쏟아붓기로 했다. 일단 지방정부 부채 한도를 6조위안 증액하기로 했다.아울러 이날 란포안 재정부장(장관)은 “내년부터 5년간 지방정부 특별채권 가운데 매년 8000억위안을 부채 문제 해결에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방정부 부채 4조위안을 대환하는 구조다. 이른바 숨겨진 부채를 채권 형식으로 전환하도록 해 지방정부가 시간을 두고 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이번에 승인된 6조위안 부채 한도까지 더하면 지방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만 10조위안에 달한다. 10조위안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 안팎이다. 로이터통신 등 시장의 전망치에는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양책 규모인 GDP 대비 13%(4조위안) 수준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란 부장은 “정책적 시너지가 발생하면 정부가 소화해야 할 잠재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4조3000억위안에서 2028년엔 2조3000억위안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SCMP는 이와 관련, “재정 위험을 줄이고 국가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취하는 여러 조치 가운데 첫 번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 부채에 칼을 빼든 건 지방정부가 부채 압박에서 벗어나야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란 부장도 “지방정부가 소화해야 할 숨겨진 부채 규모가 크게 줄면 이자비용 부담까지 덜 수 있다”며 “지방정부가 개발 추진력을 높이면 금융 자산의 질을 개선해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조 개혁 필요” 지적도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이후 잇따라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놓고 재정 부양 규모까지 확정한 건 현재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내수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국내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을 복합적 위협 대상으로 규정하고 1기 행정부 시절 무역 전쟁을 뛰어넘는 고율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의 관세를 매기고 자동차 등 일부 제품에는 200%까지 관세를 물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철폐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내수 부진에 허덕이는 중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직격탄이 되는 조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급망에서 중국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은 427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2.6%를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꺼렸다”며 “중국 정부가 트럼프 재선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아 입장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무역 규제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불가피하게 재정 부양책을 결정하게 됐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트럼프발 ‘관세 폭탄’ 수준에 따라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SCMP는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과의 경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부양책보다 경제 구조 자체를 체계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내부 위험을 완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