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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99%' 택시·화물 고령운전자, 자격검사 대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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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5세 이상 고령 운수업 종사자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격유지 검사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평소 시험 통과율이 99%에 달하는 등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데다 갈수록 택시·화물차량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늘고 있어서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급증에 기준 강화

8일 국토교통부와 운수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다음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자격유지 검사 통과 기준을 강화하고, 대체 수단인 의료적성시험에 조건을 달아 제한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택시·버스 조합 등과 개정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처음 시행된 고령 운수업 종사자 자격유지 검사는 65세 이상 버스·택시·화물차 기사가 대상이다. 시야각과 신호등, 화살표, 도로 찾기, 표지판, 추적, 복합 검사 등 운전에 필수적인 7개 항목을 적절히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통과해야 일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최저 등급인 5등급을 2개 항목 이상 받으면 불합격이었으나, 앞으로는 4등급 2개 이상으로 기준을 상향한다. 응시 횟수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진 불합격을 받아도 ‘무제한 재응시’가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연간 세 번 이상 불합격하면 그해에는 더 이상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의사 소견을 포함한 의료 적성검사로 자격 유지시험을 대체할 수 있었던 제도도 조정하기로 했다. 만 80세 이상 운전자에겐 의료 검사로 대체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고령 운전자 자격시험은 검사 난도 자체가 낮고, 반복해서 치를 수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시험에서 걸러진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자격 유지검사 통과율은 98.8%에 달했다. 시험을 치른 고령 운수업 종사자 7만1553명 중 탈락자는 870명(1.2%)에 불과했다.

자격검사를 대체한 의료 적성검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시력·혈압·혈당·악력 측정 등 신체검사를 주로 하다 보니 지난 1~8월 80대 이상 수검자 493명 중 단 2명만 떨어졌다. 운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병원에선 편의를 봐준다는 식으로 영업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고령 택시 운전자 교통사고가 51% 차지
최근 고령 운수업 종사자가 일으킨 교통사고가 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7월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운전자가 40년 경력의 70대 운수업 종사자였다는 점이 불안을 더욱 키웠다. 직장인 양주현 씨(35)는 “운전하다가 주변에 고령자들이 모는 화물차나 택시를 보면 나도 모르게 피하게 된다”고 했다.

운수업 종사자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이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용 자동차 사고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낸 교통사고는 1만185건으로 전체의 25.8%에 달했다. 작년 택시기사 유발 교통사고 1만2611건 중 51%인 6388건이 65세 이상 기사가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시험 요건을 일부 강화하는 대책으로는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고령 운전자는 아무리 운전 경력이 길어도 기기 조작 및 상황 판단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며 “동일 연령이라도 노화 정도가 다르므로 개인의 운전 역량을 측정해 면허를 갱신해주는 제도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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