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학제 전문가 패널로 구성된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위원회(ASCEND)’가 지난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8일 밝혔다. 주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보툴리눔 톡신 내성 탐구: 새로운 인사이트와 시사점’이다.
ASCEND는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세계 전문가가 모인 다학제 기구다. 보툴리눔 톡신 내성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학술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ASCEND는 지난 2022년 국제미용성형학회(IMCAS Asia 2022)에서 '보툴리눔 톡신 내성의 최신경향에 대한 국제 다학제적 검토 및 합의'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서 ASCEND는 의료진들에게 보툴리눔 톡신의 잠재적 내성 위험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정확한 정보 전달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번 ASCEND 기자간담회에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성형외과, 피부과, 면역학, 의료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보툴리눔 톡신 내성 및 안전성에 대한 논문(에스테틱 소비자와 의료진을 위한 보툴리눔 톡신 A형 내성 발생의 시사점: ASCEND 다학제 패널의 인사이트)과 함께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을 위한 두 번째 글로벌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ASCEND 패널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보툴리눔 톡신 내성과 관련된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둘러싼 윤리적 고려 사항을 논의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비자 25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시술 효과 감소를 경험한 비율은 81%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18년 69%에서 6년 만에 1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보툴리눔 톡신 효과 감소는 내성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증상이며, 내성 의심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약 50%가 보툴리눔 톡신 치료 효과 감소의 잠재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66%는 시술 용량을 늘리거나 불순물 이 함유된 제품으로 치료를 계속하거나 시술 간격을 단축하는 등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패턴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간담회에서 좌장을 맡은 니브 코도프(Niamh Corduff) 박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이 고용량 혹은 짧은 주기로 시술을 받는 등 보툴리눔 톡신 내성이 발생하고 시술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는 순수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툴리눔 톡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 옵션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제품별 차이점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면역원성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있어 고도로 정제된 톡신 제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ASCEND 패널들은 의료진의 명확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환자들이 보툴리눔 톡신 내성 원인 및 잠재적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 대표원장은 “최근 한국에서 보툴리눔 톡신의 고용량·다빈도 시술이 늘어나고 있어 내성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와의 체계적인 상담을 통해 시술 이력·목적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내성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전한 시술 옵션을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내성을 예방함으로써 환자들은 장기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특히, 이는 톡신이 미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노이=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