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을 앞두면서 한·미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2026년 이후 5년간의 방위비 협상이 지난달 3일 완료된 만큼 “우리가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차기 미국 정부의 요구로 협상 테이블이 다시 차려지는 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사진)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관련해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가 설사 있다 하더라도 마무리 지은 협상 결과를 토대로 논의하는 것인 만큼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방위비분담금을 연 100억달러(약 14조원) 정도로 대폭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달 SMA에서 결정된 2026년 분담금 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SMA는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아 사실상 대통령 권한으로 협상 결과를 뒤엎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트럼프의 수사를 고려할 때 100억달러라는 요구 금액을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인상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이 키를 쥐고 있는 방위산업 공급망이나 조선업의 강점을 협상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은 전쟁 책임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에 돌리고 있고, 전쟁 억제력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취약한 무기 공급망이나 조선업 등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협상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짚었다.
핵협의그룹(NCG)과 관련해서도 새로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는 지난해부터 NCG를 가동해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훈련 비용이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에 전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NCG가 북한을 겨냥한 것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상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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