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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보다 심한 수준" 최악 위기…올해 8000억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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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 쓰이는 국내 철근(봉강) 수요가 2010년 관련 통계를 낸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핵심 수요처인 아파트 건설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다. 철강업계는 지난 7월부터 감산 등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지만 수요 감소 폭이 더 큰 탓에 철근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내년에 예정된 아파트 착공 물량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철근업계의 불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MF 때보다 심하다”

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철근 수요는 602만7000t으로, 전년 동기(766만6000t)보다 21.4% 줄었다. 10~12월이 건설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총수요는 800만t을 밑돌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철강협회가 철근 수요를 조사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올초에 내놓은 전망치(900만t)는 물론 최악의 건설 불황이라던 2011년(860만9000t)에도 못 미칠 것이란 얘기다. 철근 가격이 t당 70만~80만원 수준인 만큼 올해 예상보다 7000억~800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선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도 연간 철근 수요가 800만t을 웃돈 것으로 추산한다”며 “철근 시장 불황 정도가 IMF 때보다 심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연간 철근 생산 능력은 1246만t에 달한다. 올해 수요가 800만t을 밑돌면 평균 가동률이 60% 정도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철근업계 ‘빅2’인 현대제철(연 생산능력 335만t)과 동국제강(연 275만t)의 올해 실적이 바닥을 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515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77.5% 줄었고, 동국제강(215억원)도 79.6% 빠졌다. 이들 회사 매출에서 철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와 50%에 이른다.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업체는 불황이 길어지면 구조조정에 내몰릴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6일 ‘2025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2022~2023년 수주, 착공 감소 영향이 2025년까지 이어져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건설 투자가 올해보다 2.1% 줄어드는 만큼 철근 수요가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근 가격, 감산에도 속수무책
시장에서 유통되는 철근 가격(범용 제품인 SD400·10㎜ 기준)은 6월 t당 67만9000원으로, 전년(90만8000원)보다 25.2% 떨어졌다. 7월부터 철강업체들이 대대적인 감산에 들어가면서 9월 t당 80만4000원으로 뛰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71만원으로 돌아왔다. 철근 시장은 외국산 비중이 10% 미만이어서 국내 생산량과 수요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공급을 줄였는데도 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수요 감소폭이 더 크다는 의미다. 동국제강은 7월부터 철근 공장을 야간에만 가동하고 있다. 당초 7~8월에만 야간 조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계속 연장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대한제강은 특별 보수 기간을 잡는 식으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건설업황 개선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만큼 일단 ‘버티기’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철근 생산업체가 감산하면서 시장이 좋아질 때만 기다리고 있다”며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형규/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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