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국내 증시에서도 업종별 투자자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협력을 언급한 조선업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꾸준했던 방산과 해운 관련주에 먼저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건설·은행주 등 수혜 업종 일부는 주가가 되레 꺾이는 모습도 나타났다.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오션은 21.76% 오른 3만3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HD현대미포)는 5.09~15.13%, 삼성중공업도 9.17% 올랐다. 이들 종목을 두루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TIGER 조선TOP10’ ‘SOL 조선TOP3플러스’도 각각 11.53%, 9.83% 오르며 들썩였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언급한 영향이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군함 등 해군력 강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며 “조선업 투자 전략을 미 해상 전력 확충 의지, 미 함정 MRO(유지 보수) 시장 기회와 결부시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당선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 수혜주로 언급된 업종은 실제 선거 결과가 확정되자 희비가 엇갈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2%) 두산에너빌리티(2.39%) 팬오션(2.26%) 등 방산·원전·해운 대표주들 상승이 두드러졌다. 강달러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전망이 주가를 일으켰다. 반면 순이자마진(NIM) 증가 기대가 있었던 은행주는 차익 실현 기조가 상승을 틀어막았다. 신한지주(1.79%) KB금융(0.11%)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금융지주(-0.12%) 하나금융지주(-1.13%) BNK금융지주(-1.33%) 등 전반에서 하락세가 나타났다.
현대건설(-2.71%) 대우건설(-1.34%) 등 건설주도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식 가능성으로 주가 상승이 점쳐졌지만, 결국 투자심리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모습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롯데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착수 소식 영향이 크지만, 트럼프 1기 초창기 유가가 상승하지 못했던 점도 곱씹어야 한다”며 “트럼프 재집권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이 확충되면 중동 발주처들의 자금력이 떨어질 수 있어 해외 수주 비중이 큰 건설사의 경우 리스크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해리스 수혜주’ 신재생에너지 업종은 전날에 이어 무너졌다. 한화솔루션(-5.87%) 씨에스윈드(-2.76%) 등이 하락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1.15%) 기아(-1.05%) 등 2차전지와 자동차도 약세를 지속했다.
이시은/맹진규 기자 see@hankyung.com